마기꾼과 출판 미팅

by 이경



뻐킹 코로나바이러스, 뻐킹 코비드나인틴, 뻐킹 XX폐렴,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2년 넘게 전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이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생활상은 360도, 360도면 제자리니까, 그래 뭐, 한 180도 정도 바뀌었고, 그에 따라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단어 aka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으니 그중 하나가 '마기꾼'이 있겠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인 마기꾼이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나는 허허허 이것 참 공감 백배의 단어로구나 싶었는데, 비코즈, 왜냐하면, 어째서냐하면, 마스크 시대가 된 이후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왔었기 때문에. 나는 서클렌즈라고 하나, 마치 90년대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화면, 그러니까 카메라 렌즈에 원형으로 형광등 같은 걸 달아다가 결국에는 가수의 코도 입도 다 없애고 오로지 눈동자만 돋보이게 하는, 그런 서클렌즈도 싫어하는 사람인데, 비코즈, 왜냐하면, 어째서냐하면 사람의 이런저런 신체에서 눈동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스크 시대 이후 거리를 활보하다가, 눈동자가 너무 예쁘고, 귀엽고,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아, 저기요, 익스큐즈미, 실례가 아니라면, 아 높은 확률로 실례인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방금 그쪽 눈동자에 반한 거 같은데, 어느 정도냐면, '그대 눈동자에 건배'라는 책을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아십니까? 두유노? 어쨌든 제가 궁금한 걸 좀처럼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 아 그러니까 저는 뭐랄까, 크흑, 작가... 아, 작가라는 단어는 좀 그렇고, 크흑,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인데, 혹시 마스크를 벗어봐 주실 수 없으십니까, 하는 개소리가 입안에서 맴돌더라도 결코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개소리이니까. 개소리가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마기꾼의 사례를 보면서, 역시 사람의 신체에서 눈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 하는 나의 지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저저, 마기꾼좀 보소, 그래도 뭐, 눈은 예쁘네, 싶은 사람들.

그런 점에서 나는 순도 일백프로 마기꾼은 아닌 것이다. 마기꾼의 기본 조건이라면 역시 아름다운 눈에 있다. 아름다운 눈에 비해, 눈 아래, 그러니까 코나 입이나 턱이나 그것도 아니면 치열 같은 게 못 생겼거나 조화롭지 못하였을 때 마기꾼 소리를 들을 것인데, 나는 애당초 눈부터가 썩은 동태의 그것을 연상케 할 정도로 흐리멍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누구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를 보더라도, 저저 무명 글쟁이 이경 저놈 마기꾼이겠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저저 무명 글쟁이 이경 저놈은 마스크를 써도 저렇게 얼굴이 못생겼는데, 마스크를 벗으면 얼마나 더 못생겼으려나,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애초에 눈부터가 글러먹은 나라고 하여도 역시 사람을 만날 때는 혹시나, 원치 않게 마기꾼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니까 온라인에서만 나를 봐온 사람들을 실제로 만날 때. 가령 글만 보고서, 나에게 호감을 보였던 출판업자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면, 글보다 훨씬 못난 나의 실체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다.


한 달 전이 그랬다. 온라인에서 나의 글을 좋게 봐주었던 한 출판사 대표와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미팅 30분 전까지 일대일의 단독 미팅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기 30분 전에서야 출판사에서는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나오기로 했다는 걸 알았고, 나는 나의 못생김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에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 역시 두배가 된 일이었다.


미팅은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들은 카페의 가장 구석진 자리의 벽면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15년 전 미연방수사국 FBI의 정보 교관으로부터, 미팅 때 상대방의 시선을 끌어놓기 위해선 반드시 구석 벽면에 앉으라는 교육을 들은 적은 당연히 없는데요, 이건 살면서 자연스레 깨우치게 되는 생활 팁 같은 거 아닌가. 아아, 이 사람들 나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묶어두려고, 자신들의 시야는 넓히면서, 나의 시야는 좁게, 그렇게 자리 배치를 해두었구나.


그들의 계획대로 나는 그들의 멘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한껏 바닥에 가닿아 있는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멘트들을 툭툭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가령, "무명 글쟁이 이경, 그동안 자네의 글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너의 글이 좋아, 굿굿 베리 굿, 자네도 자네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같은 말로, 심리적으로 기술을 발휘하여 자존감을 올려주는, 이걸 전문 용어로는 '우쭈쭈'라고 하는데, 우쭈쭈를 사정없이 남발해주는 덕에 정신을 놓지 못한 것이다. 아아아, 으으으, 더해주세요, 출판사 선생님들, 우쭈쭈, 더해줘, 으으으.


하지만 그들이 칭찬해주는 것도 어디까지나 나의 글일 뿐, 역시나 글만큼 사람을 포장하기에 좋은 것은 없다. 나는 글을 읽고서 나에게 호감을 보여준 그들에게 혹여나 마기꾼의 모습을 보이진 않을까, 조심조심 시간을 두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마스크를 벗어야만 했다. 자, 여러분, 출판사 여러분, 한 명도 아닌 두 분이나 오신 출판사 여러분, 여기 눈동자마저 못생긴 마기꾼의 마스크 해체 쇼가 벌어집니다, 너무 놀라지는 마시라구욧, 하면서 나는 마스크를 벗었...



이상은 점심 먹고 너무 졸려서 떠들어본, 타이핑 연습과도 같은 아무 말인데, 대충 뭐 출판사 미팅한 지 한 한 달이 되었다 하는 정보의 글이면서, 출판사 사람들이 우쭈쭈를 많이 해주었다 하는 자랑의 글이기도 하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참고 읽어주신 분들에게 뭔가 남아야 할 메시지 같은 것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으니까능, 즉석에서 한 번 만들어 보자면, 이 빌어먹을 코로나인지 코비드인지가 빨랑 종식이 되어서 다들 마스크를 벗고, 자연스레 마기꾼도 사라지는 그런 비유티풀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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