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크리스마스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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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캐롤송은 머라이어 캐리가 아닌 들국화의 <또다시 크리스마스>다. 최근 몇 년간은 부러 찾아 듣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늘 생각나는 곡.


크리스마스 하면 하하호호 웃는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나는 어쩐지 이 시즌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또다시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이름 모를 골목에선 슬픔도 많지만' 하는 가사는 너무 따듯하다. 우리 들국화 형님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이렇게 소외된 분들을 챙겨주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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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바나나가 흔하고 저렴한 과일에 속하지만, 대략 35년 전, 그러니까 내가 예닐곱 살일 때에는 고급 과일이어서 쉽게 맛볼 수 없었는데, 어느 해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머리맡에 바나나가 놓여있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는 집안에서 자라, 거의 유일하게 받아본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억한다.


그래서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라는 게 뭔지도 몰랐다. 유치원 시절 선생님이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말했을 때, 이브를 2부로 알아듣고, 이게 전야행사도 있고 1부도 있고 2부도 있고 3부도 있는 되게 큰 행사인가 보다, 싶었다.


이런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내 두 번째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에 실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골프 에세이를 가장한 코믹 가족 에세이인데...(뻥이고 골프 에세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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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내가 쓴 책 중에서는 가장 유머러스한 책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는 골프가 대유행이고, 그래서 빌어먹을 그린피도 엄청 오르고, TV만 틀면 여기저기서 골프 방송 나오고, 리치 언니 박세리 누나도 책을 내고 했는데, 왜 내 책은 안 팔리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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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름 모를 글쟁이에게선 슬픔도 많지만, 오늘 회사로 출근하니까, 새로운 출판 계약서가 도착했다.

출판사 선생님, 산타 할부지세요?


같이 따라온 토끼 클립이 너무 귀엽네요.

이건 음악 이야기인가, 책 홍보인가, 내 자랑인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메리 크리스마스. 또다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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