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구독자를 보면

by 이경




아, 뭐 꼭 저만이 그러한 것은 분명 아닐 테고,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까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관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과잉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늘 그렇게 생각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렇담 당최 무엇이 과잉인 것인가, 하고서 물으신다면, 지갑의 두께가 과잉이면 그 얼마나 좋겠냐마는 글쟁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 것이고, 자의식, 그렇습니다 바로 그 자의식이라는 게 과잉된 상태로다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되고, 신경을 쓰게 되고, 고민을 하게 된다 이거죠. 누가, 글쟁이들이 말이에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코로나 이후나 이전이나 행동 반경이랄 게 대부분, 집 - 회사 - 집 - 회사 - 집 - 회사로 국한되어 있는, 친구도 얼마 없는 아웃사이더이고,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왕따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여하튼 하여튼 오프라인에서의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까 온라인에서 가끔 하나 둘 생겨나는 팔로워, 친구, 구독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이거예요. 오, 마이 프레셔스.


제가 얼마나 친구가 없냐면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현재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여성 분과 결혼식이라는 걸 올리는데, 그 결혼식 말미에는 꼭 직장동료,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지 아니하겠어요? 그런데 저는 암만 봐도 부를 만한 친구가 얼마 없어서, 아 이거 친구 없이 결혼사진 찍는 게 좀 부끄러운데, 부끄러우니까 아예 결혼식을 물러야 하나, 아니면 요즘에는 그 하객 알바라는 것도 있던데, 그거라도 불러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같이 결혼을 할 여성 분에게, 그 직장동료나 친구 몇몇 분들은 사진 찍으실 때 제 뒤에 좀 서서 찍게 해 주십사, 부탁을 드려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였을 정도다 이겁니다.


뭐, 그닥 없는 친구에도 여차저차 용케 어째 결혼은 하였는데, 훗날 결혼사진이란 걸 들추어 보았을 때, 제 뒤에 서있는 몇몇 분의 안면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낯선 걸로 보아, 역시 같은 시간 결혼을 하신 분께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다가 저에게 동료 몇 분을 보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말이지요. 아, 그러니까능 제가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고 하니,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실 친구가 얼마 없으니까능 온라인 친구 하나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그게 참 소중한데 문제는 자의식이 과잉된 상태다 이거란 말이에요.


온라인 친구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데, 문제는 이 사람들의 변심, 그러니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서 그만 저를 언팔한다든가, 구독을 멈춘다든가, 친구를 끊는다든가, 하면 저는 아,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는가, 무얼 잘못하였기에 이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였는가,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겁니다.


팔구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곡 박영미 여사가 부른 <이젠 모두 잊고 싶어요> 들어보면 그런 가사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가사인데 말이지요.


'타인이 되자 하던 그 말, 너무도 믿기지 않아서'


캬아, 어제까지만 해도 저의 글을 구독해주던 사람들이 저를 떠나는 순간, 그러니까능 구독자 숫자가 줄어드는 순간, 아 이 사람이 지금 나에게 우리 이제 그만 타인이 되자, 기어코 타인이 되어버리자 말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까능 저는 박영미도 아닌데 이게 믿기지가 않는다 이거예요. 네? 언빌리버블.


저도 물론 제가 보아오던 계정을 뚝뚝 딱딱 짜장면 끊어먹듯 끊어버리는 일이 있는데, 그게 언제인고 하니, 아 나는 이 사람 글을 기다리고 있는데, 좀처럼 새로운 글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 그렇담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오, 하고서 구독을 끊고 하는 건데, 이러한 저의 행동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에 반해 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글을 나불나불 블라블라 뱉어내는데 구독이 끊겨버리니까능, 아 더 이상 나의 글에서 어떠한 매력포인트, 차밍포인트를 읽어낼 수 없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그만 저는 커다란 좌절감에 휩싸여버리는 겁니다.


아니, 제가 온라인 친구가 수백수천수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브런치 구독자 꼴랑 일백이 좀 넘어가는데 구독자 수가 줄어들어버리니까능, 자의식이 과잉된 상태로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구독자 수가 줄어들면 당최 어떤 이가 구독을 끊었는가, 궁금해져서는 아, 엑셀 파일에다가 구독자의 이름과 구독 날짜를 번호 매겨서 정리해놓아야지, 구독자가 줄어들면 그 순간 어떤 이가 구독을 끊었는가, 따져 물어야지 하는 망상도 잠깐 해본 일이 있으나, 그건 진짜로 찌질한 짓인 것 같아서 망상으로다가 남겨두긴 했는데 말이지요, 저에게 쥐젖만큼 남아있는 뭐랄까, 어떠한 글쟁이로서의 자존심이랄까, 아, 참고로 저는 해수욕장 중에 망상해수욕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동해바다에 있는 망상 해수욕장 말이에요. 거기 갈 때마다 망상을 하곤 해요. 주로 하는 망상은 로또 1등, 뭐 그런 걸 꿈꾸는 건데요. 그 요코 있잖습니까, 오노 요코. 비틀스 존 레넌의 부인이자 뮤지션이자 전위 예술가 말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뭐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 아니 그렇담 망상 해수욕장 가면서 꾸는 로또 1등의 꿈은 나 혼자만의 꿈이니까능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그런 꿈인가 하는 생각에...


브런치 구독자가 하나 줄었습니다. 똑땅해. 깔깔깔.


아, 이건 그냥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 두다다닥 타이핑해보는 만연체의 타이핑 연습이랄까.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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