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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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 최백호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나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무작정 올라가는 달맞이 고개에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춰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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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선 공사가 드디어 끝나간다. 5월 개통인가.


<부산에 가면>을 처음 들은 날이 생생한데, 몇 년 전 보라매 공원 쪽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넘어가는 도로 위에서였다. 뜨거운 여름날 신림선 공사로 차도 너무 막히고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배우 이성민 아저씨가 나왔다.


추천곡으로,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며 <부산에 가면>을 틀어주었는데, 멍하니 듣다가 조금은 울었던 거 같기도 하다. 사실 나 40년 넘게 살면서 부산에 가본 적 한 번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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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첫 구절 가사가 늘 궁금했다.


'부산에 가면 다시 나를 볼 수 있을까'로 뜨는 경우도 있고,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로 뜨는 경우도 있다.


최백호 아저씨 발음이 좀 그래서 '나'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나처럼 들리고, '너'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너처럼 들린다. 나는 이 가사가 꼭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사였을 때 문학적 성취가 훨씬 크다고 여겼으니까.


오랜 세월이 지나 부산에 다시 갔을 때, 첫사랑 '너'를 다시 만난 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그 사이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볼 수 있는 게 훨씬 좋겠지. 늙고 병들어 꿈도 무엇도 사라진 내가 꿈 많던 청춘의 나를 다시 볼 수 있다면, 그게 훨씬 좋겠지.


몇 년 전 이 첫 가사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원곡자인 에코브릿지의 SNS 계정에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까지도 답이 없다. 내 염원과 달리 첫 가사는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가 맞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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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에세이 원고를 다시 쓰면서, 어떤 음악들에 대해 이야기를 쓸까,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들으면서 많이 울컥했던 곡들 위주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다.


감정적으론 많이 휘둘리는데, 담담하게 쓰려니, 그게 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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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부산에 갈 수 있을까.


최백호가 노래하는 그 달맞이 고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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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글을 어제 인스타에 올렸더니 원곡자인 에코브릿지님이 오셔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첫 가사는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가 맞지만, '나'로 해석하는 부분도 흥미롭다고요.


사실 '나'든, '너'든 <부산에 가면>이 좋은 곡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백호 아저씨가 부른 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듣고 있으면 부산에 가고파지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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