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죽는 기분

by 이경



매년 새해 다짐으로 올해는 시를 좀 읽어야지, 시집을 좀 읽어야지, 하면서도 못 지키다가, 올해야말로 시를 좀 읽어야지 하고서 설 연휴에 들고 온 시집이다.


이수명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시집의 제목을 보고서 어쩐지 이정선이 부른 <거리>가 떠오르기도 했고, 글쟁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오독' 아닌가. 올해는 그 새로운 오독이 인터넷 서점 리뷰 창에 즐비해도 좋으니 책이 좀 많이 팔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고 왔다.


나름 오랜 시간 운문에 가까운 글을 써왔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시를 쓰는 사람들에겐 어떤 경외심 같은 게 든다. 신춘문예에 다시 글을 보낼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과연 그럴 일이 있을까.


문학동네 포에지는 복간 시집 시리즈인가 보다. 복간이 되는 기분은 어떤 걸까. 복간 전에는 반드시 절판이 있을 테고, 고전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책은 절판에 들어갈 텐데, 상상하면 죽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복간은 부활하는 기분일까. 아마 눈물도 나겠지?


한때는 책을 내지 못해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몇 번의 출간 후에는 그 책의 죽음이 두려워진다.

나는 살면서 몇 번이나 책으로 죽는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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