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나이 듦을 깨닫는가.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상황에서 문득문득, 혹은 서서히 깨닫게 되는데, 그저 비유라고만 생각했던 표현들이 현실로 다가올 때, 나이가 들었다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서글픈 마음이 들이닥친다.
젊을 적, 아니 어릴 적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발걸음이 무겁다.'라는 문장을 보면 현실이 아닌 그저 비유의 표현으로 느껴졌을 뿐이다. 발걸음이 무겁다의 속뜻은 마음이 무거워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겠거니, 사지 멀쩡한데 발걸음이 무거울 게 뭐가 있을까.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아닌 실제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무좀이든, 통풍이든, 하지정맥이든, 허리디스크든 이전의 가볍고 발랄하던 청춘의 발걸음은 서서히 또 갑작스레 무거워지는 것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어깨가 무겁다.'가 있겠다. 어릴 적엔 어깨가 무겁다를 실제가 아닌,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비유적 표현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그런 책임감은 책임감대로 따르되 실제의 어깨 역시 무거워짐을 느끼는 것이다. 멀지 않다 오십견, 으윽.
이처럼 비유가 더 이상 비유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 때 나는, 아아, 들었네, 들었어, 나이가 들어버렸네, 제기랄, 싶어 진다.
백지영이 불러 히트시킨 <총 맞은 것처럼>(방시혁 작사)을 두고서 몇몇 바보 같은 리스너들은 실제 총도 안 맞아봤으면서 무슨 이런 가사를 썼느냐며 방시혁을 디스 하기도 했다.
아니, 바보들아, 네들은 비유도 모르니, 총 그거 꼭 맞아봐야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거니, 하면서 바보 같은 리스너들을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야 나름 위아 더 월드 피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능 총 그거 안 맞아봤지, 한국 전쟁 치르면서 아직 생존하고 있는 몇몇 영감님들은 실제로도 총을 맞아보지 않았겠는가.
어떤 표현은 비유로만 알고 있을 때가 좋은 법이다. 살면서 비유로만 알던 표현들을 실제로 접하게 되면 그거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나이가 들면서 비유로만 알던 표현들이 하나둘 벽을 깨부수고 현실로 다가오는데, 오지 마세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