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by 이경
작목책탑.jpg <작가의 목소리> 책탑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이 책을 작업하며 이런저런 글쓰기 책을 다시 보았습니다. 새로 사서 보는 책도 있고, 집에 있는 책을 다시 들추어 보는 것도 있고, 그러다가 한 글쓰기 책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라는 내용을 발견했는데 말이죠.


따지고 들면 글쓰기 책에 쓰인 대부분의 주장에 반박이 가능할 텐데, 이 내용, 글을 쓰는 사람 인기 없다는 주장에는, 아, 그래그래, 이거 맞지 맞아, 하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입니다.


뭐랄까요. A4가 허락하는 최대 크기의 폰트에, 볼드를 먹이고, 밑줄도 긋고, 색상은 아마도 빨간색으로, 그렇게 출력하여, 작가 지망생의 두 눈앞에서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고 싶은 문장이랄까요.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세 권의 책을 내면서 저야 애당초 책날개에 사진을 넣을 생각 따위 하질 않았고, 또 출판사에서도 딱히 사진 요청을 한 적이 없어서, 아 출판사에서는 오로지 나의 필력만으로 책을 팔 요량이구나, 나는 외모파가 아닌 전형적 실력파로 승부를 보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말이죠.


출판업계의 미스터리랄까, 클리셰랄까, 문학책에 쓰인 작가 사진의 대부분은 정면이 아닌 측면을 선호하는데, 보고 있으면 세상에 이런 미남 미녀가 없습니다. 어쩜 그리 잘생기고, 아름다우신지.


하지만, 훗날 작가의 인터뷰 등, 살아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 책에 쓰인 사진은 허구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제야 측면 촬영과 포토샵 기술이 더해진 사진에 내가 깜빡 속아 넘어갔구나, 깨닫게 되는 거죠.


측면 프로필 작가들을 방송 등에서 보면, 책에 쓰인 사진과 달리, 피부도 푸석하고, 몹시 지쳐 보여서, 당장에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작가님, 괜찮으신 겁니까? 안부를 묻고 싶은 낯빛들이란 말입니다.


글 쓰는 이들의 생활습관이란 게 그렇지 않겠습니까. 보통은 사람도 만나지 않고, 햇빛도 보지 않으며, 밀폐된 곳에서 허구한 날 글이나 쓰고 있으니, 푸석한 피부와 어두운 낯빛, 책날개에 쓰인 측면의 얼굴과 포토샵이 모두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역시 글을 쓰는 이들은 인기가 없습니다. 아, 물론 외모가 훌륭해야만 인기가 많다는 논리적 오류를 범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인기가 없는 요소 중 어두운 낯빛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요즘엔 짧고, 빠른 시간 안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SNS에서 주로 10초짜리의 짧은 영상을 올리는, 밝고 건강하고 싱그러운 미소를 보이는 이들의 계정에 들어가 보면, 팔로워가 수십만. 그 짧은 컨텐츠로 인기인이 되었구나, 인플루언서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반면 한국 문단의 미래, 기대주, 희망 뭐 이런 수식어를 가진 작가의 계정에 가봐야 팔로워는 1만 남짓.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수식어에 비하면, 또 10초짜리 짧은 영상의 인플루언서에 비하면 역시나 초라한 숫자입니다.


그러니 글을 써서 인기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처럼 인기가 없습니다. 글을 써서 유명인이 되겠다, 인기인이 되겠다, 인플루언서가 되겠다, 슈퍼스타가 되겠다, 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저는 A4 출력을 한 종이를 눈앞에서 흔들어 보이고 싶은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그렇게 미리미리 훗날 동종업계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사람들의 싹을 싹둑싹둑 잘라버리고서는….


*<글 잘 쓰는법, 그딴 건 없지만> 다나카 히로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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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책이 이미 다 만들어졌다고...

띠요옹... 배본은 예정대로 3월 초에 할 것 같은데영.


책에 들어가는 한 꼭지 뱉어봅니다. 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내용이긴 한데, 기억 안 나실 테니까 그냥 또 보세요.


다른 글쓰기 책들 보면, 아, 글쓰기, 그거 하면 진짜 좋습니다, 다 같이 힘을 내어 글쓰기 으쌰으쌰 합시다, 기회가 되면 책도 냅시다, 이야기하는데...


저도 명색이 글쓰기 책이라고 썼는데,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꺾어버려도 되는 걸까, 싶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실제로 인기가 없으니 괜찮겠지요.


근데 최근에 글 쓰시는 몇몇 분들이랑 페친이 되었는데, 다들 인기가 많으신 것 같아서, 그동안 나만 인기가 없었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이 책이 좀 많이 팔려서 동종업계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의 싹이 잘리면 좋겠습... 이상 실력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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