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자 증정본으로 온 책에서 몇 권은 간직하기로 하고, 몇 권은 주변에 보낸다. 사회성이 낮고 친구가 없다 보니 가끔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온라인 친구분에게도 책을 보내드린다.
모 작가의 경우 자신의 새 책이 나오더라도 이전에 작업했던 편집자나 이후에 작업할 편집자에겐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보내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것은 모 작가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일 뿐, 나는 이전 편집자에게도 또 다음 책 편집자에게도 보낸다.
출간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있지 않나. 글쟁이가 출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개똥망같은 짓을 하고 다니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 이 내용은 그저 명목상일 뿐, 작가가 암만 천둥벌거숭이 같은 짓을 하더라도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혹여나 새로운 책에서 심히 주접을 떤 것만 같아, 이전 편집자 분들에겐 실망감을, 이후 편집자 분에겐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과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엣헴 제가 이렇게 또 한 단계 성장하였습니다, 저의 새로운 책을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하는 마음에 책을 보내드리게 되는 것이다.
전후 편집자 외에, 이번에는 한 독자분에게도 책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나에게도 극소수이지만, 일단 책을 내기만 하면 아아, 그래 이경의 책은 믿고서 한번 읽어볼 만하지, 하고서 선뜻 책을 구매해주시고 서평까지 남겨주시는 고마운 독자분들이 있다. 정말 극소수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하나같이 모두 소중한 분들이다. 오, 마이 프레셔스...
그렇게 이번 책을 받으신 독자분은 인증사진과 함께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의 한 페이지를 사진 찍어 보내주셨다. 보내주신 <책의 말들> 페이지의 내용인즉슨, 작가 증정본을 받으면 어떤 분들에게 책을 보낼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부끄러운 마음과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각각 51, 49% 정도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아마도, 이경 자네가 나에게 책을 보내주었을 때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보내주신 것 같다.
아 맞습니다. 그렇죠. 뭔가 부끄러우면서도, 그럼에도 읽히고 싶은 마음. 결국 나는 또 그렇게 점심을 먹고는 서점에 들러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을 들고 온 곳이다. 어머니 나를 낳으시고, 글은 글을 낳고, 책은 책을 낳고, 책을 보내드리고는 영업을 당해 또 책을 사버리게 되는 시추에이션.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책을 내고 나서부터는 책을 살 때마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 하나를 사려면 내 책 열 권을 팔아야 하는구나... 역시 책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구나... 그냥 열심히 직장 생활하면서 글을 써야겠구나...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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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작가의 목소리>에는 몇몇 다른 책에 쓰인 문장을 인용한 게 있는데 출판사에서는 해당 문장의 출판사에 연락을 하여 사용 허락을 득하였다. 심지어 책에는 직전 나의 책 <난생처음 내 책>의 몇 문장도 끌고 왔는데, 출판사에서는 이 또한 이전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 분에게 연락을 하여 사용 허락을 구한 것이다.
내가 쓴 문장을 나에게 허락을 구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셈인데, 아니 그냥 저한테 이야기를 하시지, 하는 마음과 함께, 아 이번 출판사는 공과 사를 아주 철저히 구분하시는군, 하는 생각과 함께, 아니 나 빼고 이전 편집자와 현재 편집자 두 분이서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신 건가, 이것은 이경 패싱이 아닌가, 아 질투 난다 질투가 나, 편집자님들 저도 좀 껴주세요, 하는 마음도 들고...
이렇게 문장을 인용한 부분은 출판사의 허락을 구했는데, 이 외에도 책에는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해두었다. 아무래도 글쓰기 책이다 보니, 글을 쓰면서 도움이 되었던 책들, 함께 보면 좋은 책들, 추천 책들을 마지막 꼭지에 몰아서 넣은 건데, 온라인 친구 분들이 쓰거나 만든 책들도 있어서 이곳에 이실직고 밝힙니다. 네네. 그냥 제가 다 좋아하는 책이니까능, 아 이 인간이 내가 쓴 책(내가 만든 책)을 보고서 글쓰기에 큰 도움을 받았구나 어여삐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당 책 추천 꼭지에 이렇게 썼어영.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정상태(유유)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고, 출판사에 투고하여 책을 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실제 투고 원고를 검토했던 출판사 편집자 출신의 책이니, 전문상은 말할 것도 없겠죠? 얇은 책이라 하루면 완독이 가능하니, 투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보면 좋겠습니다.
<읽는 직업> 이은혜(마음산책)
가끔 작법서가 아닌 편집자가 쓴 책이 글을 쓰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편집자를 설득해야만 할 테니까요. 저는 여러 편집자의 책 중에 유독 이 책을 좋아합니다. 놀랍게도 느낌표가 한번도 쓰이지 않은 책이기도 합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유유)
교정교열 전문가가 알려주는 글쓰기 책입니다. 교정교열에 관한 내용과 소설이 번갈아 나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에요. 요즘의 작가 지망생에겐 필독서 같은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쓰기의 말들> 은유(유유)
"글 한번 써보고 싶지 않아?" 하고 마음을 찔러주는 책입니다. 작가를 꿈꾸던 시절 이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게는 참 좋은, 선생님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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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오늘 들고 온 책도 유유 책이고, <작가의 목소리>의 책 추천 꼭지에 쓴 유유 책만 3종이라능...
여하튼 책은 책을 낳는 법이니까, 독자분들이 이 책 읽고 저 책 읽고 많이 많이 책을 낳고 기르고 읽고 하면 좋겠습니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