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몇 년 전 한 출판인께서 요즘의 책이라 함은 요구르트와 같다,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유통기한이 짧은 요구르트처럼 책의 생명력이 갈수록 짧아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서점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매일 쏟아지는 신간은 어마무시하고, 책 읽는 독자는 줄어드는데, 책 쓰는 사람은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버린 탓에 이런 말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단 말이죠.
적은 독자와 많은 저자.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노래방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마이크 쥐고 노래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주는 이는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단 저도 마이크를 잡긴 했습니다만, 첵첵.
여하튼 요즘의 책은 요구르트와 같다. 저는 이걸 어디서 느끼냐 하면, 한국 서점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의 초도 배본 숫자를 보고 느낀다아아아, 네?
제가 처음 교보문고 광화문 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는데요. 그때는 책을 보러 가기보다는, 음반을 구경하러 갔었죠. 한 달 용돈 탈탈 털어서 씨디 몇 장 사 오곤 했었는데요.
그러니 광화문 교보에 발을 들인지도 30년은 되었습니다. 저는 30대 중반까지는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었기 때문에, 이곳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올라오리라는 생각 역시 못하고 살았는데요.
그러다 작가 지망생이 되고 4종의 책을 내면서, 서점 매대에 책이 깔리면 다른 곳은 몰라도 광화문 교보에는 꼭 들러서 어디에 책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냥 어릴 때부터 다니던, 좋아하는 서점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오른다는 게 신기하고도 감동적이었거든요.
처음 책을 냈던 2019년, 교보 광화문에서는 보통 10부 정도의 책이 풀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5부로 시작하는 책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책이 나오면 신간 매대에 자리를 잡고서는 독자의 반응을 보고, 혹여나 책이 잘 팔리면 당분간 매대를 더 지키든지, 아니면 더 좋은, 가령 베스트셀러 매대 등으로 자리를 옮기겠지만, 대부분의 책은 2주 정도가 지나면 책의 무덤이라 불리는 서가로 옮기게 됩니다.
저는 출간하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절벽 끝으로 점점 책이 내몰리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요. 밀지 마, 밀지 마, 소리쳐도 어쩔 수 없는 힘으로 질질질질 밀려버리는 모습 말이에요. 그 절벽 끝에는 '서가'가 있습니다.
매대에서 서가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책은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처럼 사람의 손길이 거의 가닿지 않게 됩니다.
2주 전 <작가의 목소리>가 오프라인 서점에 풀렸고, 광화문 교보에서는 5부가 아닌, 10부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숫자만으로도 저는 조금 희망을 보았는데요. 3월 학기 초인 까닭에 교보 물류팀에서는 교재 위주로 책을 풀었고, 일반 단행본의 재고 조절이 어려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주말에 광화문 교보에서는 제 책이 한 부도 남지 않기도 했는데요. 초도 배본된 책이 모두 팔렸다는 기쁜 마음보다는, 사람 많은 주말의 교보 광화문 점에서 책이 노출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광화문 교보에서 <작가의 목소리> 재고는 0부에서, 5부로 늘었는데요. 오늘은 다시 10부로 늘어났습니다. 교보에서는 제 책을 조금 더 팔아줄 생각인 걸까요.
출간 2주.
어쩌면 책의 무덤으로 밀리지 않고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목소리> 생명력이 요구르트에서 달걀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랄까요. 물론 제 희망의 유통기한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끄떡없는 깡통 통조림이긴 한데요. 재고를 늘리는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조금 더 희망을 품어봅니다.
교보문고 광화문, 강남,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점,
영풍문고 종로본점, 코엑스, 여의도 등 주요 서점에서 절찬리 판매 중... 사실 절찬리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판매 중입니다. 네네.
제가 아직까지능 마이크를 부여잡고 있으니,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이야기. 네네.
어쩜 책 제목도 <작가의 목소리>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만.
아아, 그리고 소소한 소식 하나 더 알리자면 말이죠.
종이책 구매가 어려운 해외동포 여러분들, <작가의 목소리> 전자책 aka 이북이 그래24 예스24 네네24에 먼저 풀렸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래24에서 단독으로다가아아아 2주 풀리고 그 후에는 다른 곳에도 풀린다는 소식.
예스24 전자책 코너에서 문학분야 주목 신간에 올려주었으니 주목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는 어몽어스와 맞짱을 떠보겠습니다. 으쌰으쌰.
<작가의 목소리>에는 작가 지망생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대하는 저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요. 자세한 건 책을 통해서 봐주시고요. 네?
<작가의 목소리>를 작업한 마누스 출판사는 이제 4종의 책을 낸 조그마한 출판사이고, 이전까지는 종이책 만을 냈었단 말이죠. 그래서 저는 아, 이번에는 전자책 없이 종이책만 나오겠구나,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이라는 물건은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니까능, 뭐 종이책만 나와도 괜찮겠지, 생각을 하였는데요.
그랬던 마누스 출판사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전자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네?
제가 귀여운 탓이 아닌가...
어쨌든 <작가의 목소리> 전자책 일렉트로닉북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네네.
전자책 '시와 에세이' 분야에서는 MD 추천에도 올랐다아아아, 하는 자랑을 끝으로.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