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아무 생각
1. 지리멸렬 :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책의 갈피를 잡기 위해선 책갈피를 쓰면 되는데, 가끔 마음이 지리멸렬해질 때에는 무엇으로 갈피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시중에 마음갈피 같은 거 좀 팔면 좋겠네.
2. 책이 너무 좋다가도 문득 싫어질 때가 있다. 책태기 뭐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책은 원래 잘 안 읽으니까... 독자가 아니라 쓰는 사람 입장에서 책을 계속 쓸 필요가 있을까, 뭐 그런 생각.
예스24나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하루에 쏟아지는 신간을 보고 있으면, 책이 이렇게나 많이 나오는데 내가 여기에 하나를 더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3. 네이버 지식인에서 재미난 질문을 보았다.
초라~ (초라하다)가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초라를 의성어나 의태어로 생각했다는 것도 재밌는데, 답변에 '의태어입니다'라는 답이 있어서 더 재밌었다.
초라초라초라초라... 자꾸 발음하다 보니 의성어나 의태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가? 초라초라초라초라.
4. 최근에 그런 게시물을 봤는데. 누가 독서를 한다면서 소설을 읽는다고 했더니, 아는 동생이 어디 가서 소설 가지고 독서한다고 말하지 말라했다는, 나름의 유머(?) 게시물이었다.
사람은 이다지도 생각하는 게 다르구나.
나는 어릴 때 소설만이 독서라고 생각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했을 텐데. 정확하게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세상은 참 재밌구나 싶기도 하고.
5. 그래도 20대 젊은 청춘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의 장르가 '자기계발서'라는 점은 씁쓸하다. 문학이 삶을 구원한다, 뭐 이런 거 개소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자기계발서가 삶을 구원한다고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 책을 함께할 출판사도 자기계발서 위주로 책을 내는 곳이어서 나와는 함께할 수 있을 접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표님이 작년에 문학 브랜드를 만드셨다. 크흑.
6. 인스타든 페북이든 맨날 하는 얘기가 글이나 책 관련 이야기라 그런지 눈에 보이는 광고도 맨날 그런 광고만 뜬다. 알고리즘 개새끼야, 정신 좀 차려라 하고 외치고 싶다.
그런 광고에서 책을 한 번 써보자며, 자기는 월 얼마를 버네, 경제적 자유가 어쩌네 저쩌네 하는 인간들 진짜 중지로 인중을 꾸욱꾸욱 눌러주고 싶다.
돈 자랑하는 게 미운 게 아니라, 책 잘 된 게 자기가 진짜 글을 잘 써서 그렇게 된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게 좀 병맛 오지고 지리고 어쩔티비 저쩔냉장고.
7. 사실 이거 질투라능. 이야, 선생님들 진짜로 글 써서, 책 내서 그렇게들 돈을 많이 버시는 건가요오오오오오? 와아아앙 너무너무 부럽네요호호오오오오오옹.
8. 요즘에는 시를 가르치는 시인들의 광고도 보인다. 가르치고 배운다고 해서 시를 쓸 수 있을지, 여전히 나는 모르겠다.
9.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됩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집니다, 하고서 말하는 거. 진짜 재수 없고 별로다. 작가를 꿈꾸던 시절, 아 이거 고생만 하다가 평생 책도 못 내고, 멘탈만 바스러지다가 끝나버리겠는데, 싶을 때, 항상 김윤아의 <꿈>을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마치 너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김윤아 <꿈> 中에서.
10. 책으로 지리멸렬함을 느낄 때는, 역시 새로운 글을 쓰고, 새로운 책을 내고, 또 그렇게 책 홍보를 해야 한다.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고 했던 강유원의 <책과 세계>를 주문하고, 백지와 눈싸움을 해가며 키보드를 조지고 부시고, 타이핑을 탁탁 타다다다닥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