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깨려 아무 말

by 이경


1. 오늘은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돼지국밥을 먹은 날은 항상 이렇게 무언가 아무 말이나 쓰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돼지국밥을 먹은 오후는 무척이나 졸리기 때문이고, 무언가를 타이핑 함으로써 그 졸음을 쫓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써야 할 원고가 밀려있는 날에는 늘 돼지국밥을 먹어야겠다. 그러면 무언가 쓰겠지. 하지만 또 졸리겠지. 그렇지만 또 무언가는 쓰겠지. 하지만 쓰면서도 졸리겠지. 아몰라.


2. 어제는 판다익스프레스인가 익스프레스판다인가 그걸로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면 늘 후회와 함께 다짐을 한다. 아, 맛없네, 이제 다시는 안 먹어야지.


하지만 한 육 개월에서 1년 정도가 지나면 또 한 번쯤은 먹곤 한다. 그리고 또 다짐을 하고 후회를 하고. 인간이란 늘 이렇다.


판다익스프레스인지 익스프레스판다인지는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종종, 아 배고프던 유학시절 먹었던 추억의 맛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에서 등장하는데 미국 유학 경험이 없어서 그런 추억은 모르겠고, 어제는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른 식당에서 먹기가 좀 그래서 먹었다.


메인 둘, 베이스 하나 해서 10,000원 돈인데, 메인으로 고기를 골랐더니 알바께서 "천오백 원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영?" 물었다. 내가 비록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다. 그까짓 천오백 원, 그럼요, 주세요. 하고서 처묵처묵 처묵처묵. 하지만 역시나 맛은 없었다.


3. 그에 비해 8,000원짜리 돼지국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육수 한가득, 돼지고기 한가득, 고추 한가득, 마늘 한가득, 소면 약간, 김치와 깍두기, 빨간 다대기 풀풀 풀어서, 밥 한 그릇 탁탁 넣어서 우걱우걱 처묵처묵 하면 배가 부르지 아니할 수가 없다.


한때 SNS에서 스스로를 가리켜 '한남 국밥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레디컬 페미니즘 등으로 인하야 한참 남녀 사이가 좋지 아니할 때의 일인데, 다른 여성 분들이 한남이라고 욕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스스로 한남 국밥충이라고 말해야지, 싶어서 택한 나름의 전략적 자기 비하 개그였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 스스로를 한남 국밥충이라고 불렀는데, 한 편집자 분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왜 스스로 벌레라고 말하는 것인지, 나는 그거 싫어요'라고 하셔서...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 혼나는 느낌과 함께, 깊은 반성과 함께, 아 나의 생각이 짧았다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SNS에서 실없이 하는 농담조차도 지켜봐 주는 편집자가 나에게는 있다, 하는 뭐 그런 생각과 함께...


뭐 여하튼 그 후로는 스스로를 가리켜 한남이니, 국밥충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돼지국밥이 맛있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4. 나는 편집자가 쓰는 글을 좋아하는데,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글의 외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엉망으로 쓰인 글만 보다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비교적 정확하고 안정적인 편집자의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편집자 중에서는 업무 서터레스가 과한 탓인지 일부러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엉망진창으로 쓰는 이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또 그런대로 재미가 있어서 어쨌거나 나는 편집자가 쓰는 글을 좋아한다.


그런 탓에 sns에서는 몇몇 편집자의 계정을 팔로잉하고서 보기도 하는데, 그런 편집자들조차 가끔 맞춤법을 틀리는 단어가 있어서 이곳에 공유코자 한다. (나 뭐 돼? ㅋㅋ)


그건 바로 '대물림'이라는 단어인데, 이걸 '되물림'으로 쓰는 편집자를 올해만 두 번을 보았다. 전에도 이 단어를 가지고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게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것보다는 뭔가 되돌아가면서 돌고도는 그런 뜻으로 생각을 하여서 이렇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인터넷에 찾아보면 '되물림'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논문도 많다. 이쯤 되면 국립국어원에서는 대물림은 대물림대로 놔두고 '되물림'의 표준어 선정을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네네.


5. <빠졌어, 너에게>, <여학교의 별>을 그린 와야마 야마의 <가라오케 가자!>가 문학동네에서 정발 되었다. 주문주문. 와야마 야마의 만화는 이제 믿고 볼 거 같다.


6. <작가의 목소리>가 밀리의서재에 등록되었다. 나는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돈이 굴러가는 구조 같은 거 잘 모르는 멍충이라서, 밀리의서재 역시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다. 평생 부자가 되긴 글러먹은 거 같다...


나 벅스뮤직에서 한 달에 9,900원 주고 100곡 다운받기 이용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밀리의서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 밀리의서재가 생기고서는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반대를 하는 분위기였던 거 같기도 하고, 모델이라는 이유로 김영하 작가가 욕도 먹고 뭐 그랬던 거 같은데, 이제는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밀리의서재든 어차피 책은 안 팔리는 물건이라는 계산들이 선 것일 수도 있겠고, 밀리의서재에서 슬쩍 보고 종이책으로 사봐주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고, 뭐 출판사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에는 밀리의서재 오리지날이라고 해서 새로운 활로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나도 나이가 들고, 눈은 침침해지고 아몰랑.


밀리의서재 가입 안 해서 그쪽 세계를 전혀 모릅니다;; 밀리의서재 가입해놓은 출판사 대표님한테 <작가의 목소리> 분위기 어떻습니까,, 구독자는 좀 있습니까, 댓글은 좀 달립니까, 뭐 이런 거 물어보고 있는데 말이죠. 많이들 읽어주세요. 네네. 읽고서 재밌으면 한줄평도 달아주시고, 그래도 재밌으면 종이책도 좀 사주시고 네네.


기승전또책광고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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