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판권일 기준으로 2019년엔 11월에, 2020년은 7월에, 2021년과 2022년엔 각각의 3월에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오면 출판사에서는 저자 증정본으로 20여 권을 보내주는데, 첫 책의 증정본은 집으로 배송을 받았다. 첫 책이 집으로 도착하던 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나를 대신해 아내는 박스를 뜯어 책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실 그 박스 내가 뜯고 싶었는데. 퇴근하고서 내가 쓴 첫 책을 만나러 집으로 가는 시간에는 잰걸음에 가슴이 조금 뛰었던 것도 같다. 조금은 울컥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첫 책을 집에서 받은 다음에는 줄곧 회사 주소로 증정본 택배를 받고 있다. 내가 쓴 나의 책. 누구보다 먼저 내 손으로 만져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증정본이 도착하면 꼭 사진을 찍어 기록해두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저자 증정본을 마주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때마다 늘 새롭다. 여러 권의 같은 책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백지 위 까만 글씨에 불과했던 나의 생각들이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묶였구나. 누구에게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잘 팔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이 나오는 날 즈음으로 유독 즐겨 듣는 음악이 몇 곡 있다.
일단은 책이 나왔다는 흥분감에 힙합을 찾게 된다. 투팍(2pac)의 <Nothing To Lose>를 들으며, 요즘에는 책이 워낙에 팔리지 않는 시대이니까, 설령 책이 팔리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괜찮아,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잃을 게 없어, 하는 방어기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선 또 정반대의 마음으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Juicy>를 들으며, 어쩌면 이 책이 나에겐 하나의 기회일지도 몰라, 어쩌면 이 책이 정말 정말 잘 될지도 몰라, 하면서 자신감을 채우며 희망을 품기도 하는 것이다.
잃을 게 없어, 잘될지도 몰라, 잃을 게 없어, 잘될지도 몰라, 잃을 게 없어, 잘될지도 몰라, 잃을 게 없어, 잘될지도 몰라.
여러 권의 같은 책을 보며, 복잡하고도 알 수 없는 마음이 되어버린다.그렇게 왔다갔다 하는,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힙합을 듣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듣게 되는 곡은 늘 정해져 있다. 바로 김광석의 <너에게>이다.
<너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의 고백송이다. 독자 누구에게라도 내가 쓴 글이, 내가 쓴 책이 아름다운 무엇이 되어 가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쓴 이야기에 고개 끄덕여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곡을 찾아 듣게 된다. 책이란 결국 독자들이 읽어주어야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이니까.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증정본을 받은 날에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내 책이 읽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그럴 때면 꼭 그렇게 고백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고백은 결과를 알 수 없다. 상대가 내 마음을 받아줄지, 아닐지 결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나의 고백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와 표현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상대방은 나의 고백을 받아줄지도 몰라, 하는 마음이 생기는 듯하다. 꼭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너에게>는 김광석 솔로 1집의 첫 트랙으로, 이제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 김형석의 입봉작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유명 작곡가가 되었다지만, 그 시작에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듯하다. 김형석이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김광석과 <너에게>를 작업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게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다.
편곡자가 곡과 노랫말을 쓴 김형석에게 직접 피아노 세션을 맡겼지만, 스튜디오 세션 경험이 없었던 김형석으로 인해 녹음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아마도 의기소침해진 마음으로 김형석은 김광석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형, 나 음악을 포기해야 할까 봐,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동생이 이렇게 칭얼거린다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줄 법도 한데, 김광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래, 늦지 않게 다른 거 해봐."
김광석이 나름의 충격요법을 썼던 걸까. 다행히 김형석은 <너에게> 이후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살면서 김형석이 쓴 몇 곡에 큰 위로를 받기도 했으니, 그가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해준 것이 새삼 고맙기도 하다. <너에게>를 부른 김광석에 대한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