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책 관련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by 이경



3월이 왔다. 골프 레슨은 매주 월, 화, 목, 금요일에 받는다. 수요일은 자율 연습이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코치님 없이 연습장이 돌아간다. 레슨 날 퇴근이 늦거나 일이 생겨 레슨을 받지 못하더라도 수요일에 레슨을 대체해주는 일은 없다. 다만 “될 수 있는 한 레슨 날은 빠지지 말고 나오세요.” 하는 코치님의 언사가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잠을 자는 저녁 9시부터 집을 나와 연습장에 간다. 아이들이 잠들지 못하고 늦게까지 반짝반짝 눈 뜨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초조해진다. 이럴 때면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 1호를 붙잡고 불쌍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아들. 아들도 선생님이 있지? 아빠도 선생님이 있어. 아빠 운동 늦게 가면 선생님한테 혼나. 빨리 들어가 자.”

“아빠. 많이 혼나? 아빠 혼나는 거 싫어.”


아이고, 우리 아들 효자네.


삼일절과 주말이 겹쳐 코치님을 나흘 만에 본 날이었다. 아이들이 늦게 잠을 자기 시작해 9시가 조금 넘어 연습장에 도착했다.


“회사가 늦게 끝나? 항상 늦은 시간에 나오네.”

오십대(추정)의 코치님은 나에게 레슨을 할 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쓴다. 나흘 만에 본 코치님의 인사말이 샌디웨지마냥 짧아 당황스러웠다. 물론 코치님보다 훨씬 어린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말투에 흠칫했던 거다. 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친밀감은 때로 당황스러움을 선사한다. 나와 친해졌다는 생각에 말이 짧아지신 건가. 뭐, 별 상관은 없었지만.


“네네. 회사가 좀 늦게 끝나서요.”

“필드에 언제 나간다고 했지?”

“이달 말에 나갑니다.”

“회사 동료랑?”

“아뇨. 거래업체 직원들하고 나가기로 했어요.”

“허허. 스폰서 받는 건가?”

“글쎄요. 처음이라고 시켜주지 않을까요?”

“갑이네.”

“아니에요. 을이에요.”

“허허. 그래요. 연습합시다.”

코치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어쩐지 슬퍼졌다. 흑흑. 저는 슈퍼 을입니다. 네네.


레슨을 하면서 코치님은 다시 예전처럼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레슨을 해주었다. 다만 낮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평소보다 텐션이 높아 보였다. 레슨을 하며 전에는 쓰지 않던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한다.

열심히 스윙하고 피니쉬 자세를 잡자 코치님은 내 엉덩이를 잡으며, “피니쉬하고 히프에 힘을 딱 줘야 합니다. 똥꼬에 힘을 딱! 괄약근이 모이도록 똥꼬를 딱!”


골프 레슨을 받으며 똥꼬와 괄약근 같은 단어를 접하게 될 줄이야. 코치님의 적나라한 단어 선택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고 보니 왼쪽에선 한 아주머니가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금세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조곤조곤한 말투가 있는가 하면 우렁찬 말투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단어를 선택하는가 하면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코칭 방식이 더 좋은지는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혹시 내가 심각한 치질 환자였거나 단어에 예민한 사람이었다면 똥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 나쁘고 화가 날 수도 있었겠지만, 적나라한 표현은 무언가를 이해하고 배우는 데 더 도움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똥꼬에 힘을 줘라.”라는 표현은 민망하지만 단번에 이해가 되는 표현이었다. 이 문장을 좀 더 순화하고 고상하게 바꿔보려 해도 대체할만한 문장이 딱히 생각나질 않았다.

‘당신의 항문에 힘을….’

‘당신의 똥구멍에 힘을……..’


때로는 표준어보다 은어가 더 귀여울 때도 있다. 음. 코치님의 표현을 인정합니다.



이경 골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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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글은 이경의 두 번째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의 한 대목으로...




오늘 브런치를 쓰윽 보는데 브런치에서 골프 관련 글을 추천해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골프를 하다가 그만둔 분의 글도 있었고, 골프를 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자꾸만 하라는 분의 글도 있었고, 네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관련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게 생각나 타이핑 연습이나 할 겸 제 똥꼬의 안위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책 홍보나 할 겸 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는 겁니다, 네네.


보자보자 언제냐,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3개월간 동네 지하 골프장에서 연습하고서 첫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그야말로 초보 골퍼 에세이인데요, 이게 2020년 7월에 출간이 되었던 책이란 말이죠. 원래 더 일찍, 같은 해 3월 정도에 출간할까 하고서 준비했던 책인데 그때 코로나로 한참 대혼란을 겪던 시기여서, 출판사에서 출간 일정을 조율하다가 조금조금씩 미루다가 7월에 나오게 되었단 말이죠.


그때는 아, 책이 너무 늦게 나온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 후에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골프의 인기는 갑자기 확 올라가서, 아아 책이 너무 빨리 나온 게 아닌가, 골프의 인기가 커졌을 때 책이 나왔더라면... 하는... 뭐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긴 합니다만 언제 나오든 책이라는 것은 그리 잘 팔리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여하튼 출간한 지 2년이나 지난 골프 에세이와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8월 중순에 처음 섭외 요청이 들어왔었는데요. 인스타그램 dm으로 섭외 요청이 왔었단 말이죠. 자세한 내용을 전달받기 전이었지만, 골프와 관련된 내용의 인터뷰 요청이었고, '전문 포토그래퍼'가 함께하는 인터뷰라는 게 섭외 담당자의 멘트였습니다.


오오, 전문 포토그래퍼라니. 무명 글쟁이 이경 이제 전문 포토그래퍼의 힘으로 얼굴이 지면에 실리게 되는 것인가... 하지만 암만 포토그래퍼가 전문이래도, 내 얼굴이 전문이 아닌걸... 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고심하고 고민하다가 거절 비슷하게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렇게 그냥저냥 잊고 있었는데 한 달 정도가 지나 다른 분에게서 또다시 섭외 연락이 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인스타그램 dm이 아닌 전화 문자로 연락이 왔는데요. 제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출판사에까지 연락을 하셨다고... 아니 제가 뭐라고, 사람들을 이렇게 번거롭게 만들어야 하나, 저의 개인정보 따위 바로 이곳에서 까발릴 수 있을 정도로... 일단 통장 번호를 말씀드리자면 기업은행 222-024425-...


여튼 문자 내용은 역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골프 관련 인터뷰 요청이었습니다. 전문 포토그래퍼와 함께 하는, 네네. 저는 처음 골프 인터뷰 요청을 받고서는, 차라리 신간에 가까운 네 번째 책 <작가의 목소리>나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 관련 인터뷰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나온 지 2년 지난 책을, 그것도 두 분의 섭외자가 돌아가면서, 이것은 마치 삼국지 유비 현덕이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했던 것과 같은 느낌이라 매정한 저라고 하더라도 쓰리 세칸즈 삼초고려하여 인터뷰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네네.


브런치에서 골프 관련 글을 읽다가 느끼는 건데, 저는 골프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책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골프를 하다가 책을 쓰게 된 건지, 책을 쓰려고 골프를 배우게 된 건지 뭐 저도 헷갈리긴 합니다만 아무튼 골프도 하다 보면 재밌고, 특히나 골프책을 출간하니 이렇게 가끔 재미난 일이 생깁니다.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고 네네.


인터뷰이로 섭외된 다른 분들의 면면이 너무나 훌륭해서... 아니 내가 이런 분들과 같이 인터뷰에 응하게 된다고? 싶은 분들이라... 고작 본인 똥꼬의 안위 정도에만 신경 쓰는 저는 인터뷰 일정이 정해지기 전부터 잔뜩 쫄아있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전문 포토그래퍼 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동안 하지 않던 안티에이징도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알로에 마스크팩을 얼굴에 처발라보았다는... 네네, 그럼 이만.


위의 똥꼬 이야기가 재밌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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