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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Feb 16. 2023

음악 에세이를 내놓으며



*다음은 신간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의 프롤로그입니다.


프롤로그 - 음악 에세이를 내놓으며


삶은 가끔 묘하게 돌고 돌아 천천히 느린 속도로 목적지를 향하는 듯하다. 5년 전 글을 써봐야지, 책을 내봐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서 첫 책으로 준비했던 '음악 에세이'의 원고가 돌고 돌아 이렇게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책이 되었으니까. 만약 5년 전 첫 책으로 음악 에세이가 나왔다면, 어쩌면 나는 쉽게 해냈다는 공허함이랄지, 허탈감을 가지고서는 더 이상 책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단권 작가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돌아보면 그때의 실패가 내겐 보약이었다. 음악 에세이를 준비하고 출간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세월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 책이 되지 못한 음악 이야기를 대신해 나는 소설을 쓰고,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언젠가는 음악 에세이도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믿음을 가진 채 나는 꾸준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향하는 많은 것들이 비켜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조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음악 에세이를 작업해준 출판사와의 인연이 재밌다. 몇 종의 책을 내고서 소셜미디어에 책홍보를 핑계 삼아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출판사 대표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 있느냐고,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고백하자면 그때까지도 나는 이분이 나에게 농담을 건네고 있다고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먼저 다가와 살갑게 말 걸어준 호의에는 감사했지만, 흔히 말하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 자기 계발서나 실용서 위주의 책을 작업해온 생각지도 출판사와 이렇다 할 접점이 있겠느냐는 오만한 생각 앞에서 대표님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어주었다. 


"출판을 하는 에디터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어릴 때의 문학소녀가 있지 않을까요."


소셜미디어 메시지 창에서 이메일로 대화의 공간을 옮겼을 때, 대표님은 출판사의 임프린트 등록 신청을 마치고 신고증을 찾으러 오라는 소식을 기다린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출판사의 임프린트 문학 브랜드 '아멜리에 북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남들을 기쁘게 하는 게 삶의 낙인 아멜리에 같은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대표님의 이야기에 한동안 묵혀두었던 음악 에세이를 다시 쓸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음악이다. 우울할 때도, 기쁠 때에도. 살면서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내가 기댄 곳엔 늘 음악이 있었다. 어찌나 좋았는지 한때는 직접 음악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으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

 

5년 전 처음 쓰기 시작한 이야기이지만, 출간을 준비하며 대부분의 글은 새로 쓰거나 고쳐 썼다.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이루어졌다. 첫 파트에는 스무 시절의 첫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두 번째 파트에는 첫 사회 경험의 이야기를. 세 번째 파트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네 번째 파트에서는 글을 쓰는 삶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파트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두었다. 그 모든 순간에 음악이 있다.


문득 5년 전 음악 에세이 원고를 투고했을 때 한 출판사에서 보내준 반려 메일이 떠오른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출간이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여전히도 또 지극히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다. 다만 그 안에는 음악이 함께 있기에 공감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에게 에세이를 쓰는 일은 내 안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서 자꾸만 털어놓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글은 해당하는 음악을 듣거나 떠올리며 썼다. 어릴 적 사랑하는 이에게 내 마음을 보이기 전에는 늘 술이 아닌 음악의 힘을 빌렸듯이.

 

음악 에세이를 쓰는 동안에 들었던 그 음악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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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서 프롤로그 제일 잘 쓴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은유 작가님인데요. 와아아... 이번에는 저도 좀 잘 쓴 거 같아요. 아닌가. 헤헷. 그 모야... 독자분들이 이 프롤로그에서 감탄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두 군데가 있겠습니다, 네네. 그곳이 어디인가. 이경이 5년에 걸쳐서 음악 에세이를 출간하게 된 것인가... 아닙니다... 천만에... 신춘문예 등단에만 10년 넘게 매달리는 문청들이 있는데, 5년이라는 시간은 순전히 제 개인이 느낄 만한 고통이니까요, 같이 괴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네.


그럼 어느 부분에서 감동을 느껴주시면 좋을까아아아. 바로 자기계발서를 줄곧 만들어오던 출판사 대표님이, 마음속의 문학소녀를 끄집어낸 일이 아닌가아아아아, 네? 아멜리에북스는 '생각지도'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인데요. 처음 생각지도 출판사 대표님이 저에게 연락을 주셨을 때, 이분이 왜 나한테 연락을 주셨을까... 싶었달까요.


저는 태어나서 제 돈 주고 자기계발서를 사 본 적이 없습... 어릴 적, 중고교 시절이었을까요, 아부지 서가에 그런 책이 있었거든요. 제목이... <배짱이 없는 놈은 죽어라> 였나. 뭐 그런 제목이었는데 일본 사람이 쓴 회사에서의 처세술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읽어보니까... 직상 상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 그걸로 상사를 협박해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라...어어엌... 뭐 그런 내용이 나오길래... 이야 이건 너무 개차반 아닌가... 너무나 비인간적인 이야기이다... 아무리 성공이 중요하다지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면서 저는 그 후로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그래서 주로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를 만들어오신 생각지도 대표님의 연락에 우리가 무언가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요. 주춤하는 저를 보고서 대표님이 마음속의 '문학소녀'를 이야기하는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뭔가 번쩍였던 거 같아요. 그렇지. 대표님이 책을 보았어도 나보다 훨씬 많이 읽으셨을 테고, 문학 분야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누구보다 책을 사랑해서 이렇게 편집자의 길을 걷고, 출판사 대표가 되셨을 텐데, 그리고 그렇게 책을 사랑하게 된 데에는 분명 '문학'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대표님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었을 '문학소녀'를 이야기해 주셔서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출판을 하는 에디터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어릴 때의 문학소녀가 있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이 프롤로그에서 주목해 주실 문장이 있다면 역시나 마지막 문장, '음악 에세이를 쓰는 동안에 들었던 그 음악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가 아닐까 싶은데요. 프롤로그를 쓰고서 본문을 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책은 본문을 다 완성해 놓고 출간 막바지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썼단 말이죠. 그런데 프롤로그를 쓰는 그 순간에도 책의 제목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제가 책의 제목 후보로 밀었던 문장 중에 하나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저는 이 제목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프롤로그를 쓰면서 마지막 문장으로 아예 이 제목을 갖다 박아버림으로써... 대표님에게 저의 마음을 전달함과 동시에... 왜 이문장이 이 책의 제목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리고... 네네... 아, 근데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에 제목 갖다 쓴 거 너무 잘한 거 같아요... 진짜 잘 썼네... 훌륭하다 훌륭해...


이렇게 저는 계획이 다 있습니다... 문제는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린다는 게 문제인데... 향후의 계획으로는 이번 책을 널리 알리고 잘 파는 것에 있다아아아...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아아아아...


그러니 프롤로그 보시고 재밌겠다 싶으시면, 네네 온라인 서점에 책 뜨기 시작했고, 목차 포함 한 두 꼭지 미리보기도 제공 중이니, 보시고 관심 있는 분들은 한 권씩 사주시고, 두 권씩 사셔서 주변에 선물해 주시면 더 좋고, 네네.


그럼 이만.


+


출판사 대표님 원래 스타일은... 실물 책을 보시고 확인한 다음에 인터넷 서점 등에 DB 보내고 하신다는데... 제가 요며칠 워낙에 주접을 떨면서 책홍보를 하다 보니까능... 그냥 먼저 예판을 걸어두신다고 합니다...

이런 저의 이른 홍보 주접과 대표님의 예판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부탁을 드린다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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