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우 아파트 놀이터에서

by 이경



지난 일요일에는 많이 걸었다. 걷다 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선 그 자리엔 5층짜리 신우 아파트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던 신우아파트는 부모님이 처음으로 살게 된 아파트였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살았으니 딱 지금의 첫째 아이만 할 때까지였다. 걷다가 조금 쉴 겸 어릴 적 내가 자주 놀던 놀이터 자리에서 아이들을 놀게 해 두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벚꽃 잎이 떨어져 날리고 있었다.


5층짜리 신우 아파트 1층 입구에서, 나는 동네 친구들과 팽이를 자주 돌렸고, 친구가 없을 때는 아파트 벽에 테니스 공을 던지고는 돌아오는 공을 받아가며 놀았다. 그때는 그 누구도 그게 시끄럽다고 무어라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어릴 적 엄마가 입혀준 핑크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던 어느 날엔, 한 차의 유리창으로 공이 날아간 일이 있었다. 운전석의 유리창이 천천히 내려가고서, 운전석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공을 주우며 죄송하다고 말했고, 그는 나에게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물었다.


아파트 앞에 있던 조그마한 상가에서 엄마가 가격을 묻고서 돌아섰던 브로치를 기억해 두었다가, 모아두었던 용돈으로 사갔을 때 엄마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신우 아파트에서 살던 몇몇 유년의 기억들.

아주 오래전의 일 같기도 하고, 바로 얼마 전의 일 같기도 한.

유년 시절 내가 뛰어놀던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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