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두 끼

by 이경



오전에 일하러 나갔다가, 팔도국밥을 판다는 육수당에서 우거지뼈해장국을 시켜서는 뚝배기 기울여가며 우걱우걱, 여러분 우거지가 왜 우거지인 줄 아세여? 우거직우거직 먹는다고 해서 우거지인데영... 사실 뻥임. 암튼 우거지뼈해장국을 우걱우걱 다 먹고서 좀 걷다가 사무실 근처에 왔는데, 여전히 허기가 지는 거여... 내 뱃속에는 거지가 살고 있는가... 나는 아직 배고프다, 아임 스틸헝그리, 내 기분 마치 거스 히딩크, 이 배고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허기와 갈증은... 먹어도 먹어도 무언가 모자란 듯한 이 기분, 책이 한 100만 부 팔리면 메워지려나... 헤헷, 몰라몰라 결국 일호면옥 가서 물냉면 하나를 더 때렸다는... 이렇게 오늘 점심은 두 끼를 먹으며 고독한 미식가 코스프레를 하였다는... 아아, 고독하다 고독해, 이 고독감과는 별개로 뜨거운 거 먹었다가 차가운 거 먹었다가 내 뱃속에 거지 생키가 오늘 좀 놀랐겠는걸... 헤헷... 이제 나는... 졸려졸려... 졸려 죽겠다아아... 밥값도 못하면서 점심을 두 끼나 먹다니...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밥값을 하고야 말겠다... 보자보자 점심으로 먹은 뼈해장국이 12,000원이요, 일호면옥 물냉면이 11,000원이요, 도합 23,000원의 밥값을 메우기 위해서는 책을 몇 권을 팔아야 하는가, 16,000원짜리 책을 하나 팔 때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돈은 1,600원이니까능 23,000 나누기 1,600 하면... 최소 열다섯 권은 팔아야 하루 점심 밥값을 할 수 있다는 이 끔찍하고 가혹하기 짝이 없는 출판의 세계 앞에서... 졸려졸려...


우거지.jpg 첫 번째 점심 우거지뼈해장국


일호.jpg 두 번째 점심 일호면옥 물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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