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 미...

by 이경
미안해.jpg 좋아하는 짤



글은 주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평일에 쓴다. 회사 일 땡땡이 쳐가며 데스크탑 콤푸타로 타이핑을 하는 것이다. 탁탁 타다다다닥.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고.

지난 사흘 연휴에는 모바일을 붙잡고 브런치에 글을 좀 썼다. 내 기준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엮이는 바람에, 내가 그에 대해 글을 쓰고, 그가 나에 대해 글을 쓰면서,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래서.


이제 모바일을 벗어나 데스크탑 키보드 위에 손을 얹으니 조금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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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를 이상하게 여기고, 그의 행동이 싫었던 것은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는 듯했고, 그게 순전히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방법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어 그의 계정에서 글을 좀 읽었는데, 마침 전자책을 내었다고 해서 많은 이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가 출간했다는 전자책 출판사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관련하여 글을 하나 썼는데, 그가 그 글을 읽고서는 상처를 받아 나를 차단하였다는, 그런데 그 후에도 반복적으로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취소를 해서, 나는 또 기분이 나빠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사흘 연휴 동안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일단 그는 내가 '온갖 비속어'를 써가며 글을 썼다는데, 아마도 그의 출간을 축하하는 무리들을 보며 '빨리다'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서 비속어라고 여긴 듯하다. 평소 쓰지 않는 표현인데, 그런 표현을 썼던 것을 보면, 아마도 내가 많은 축하를 받는 그에게서 질투나 시샘의 감정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다만 특정 표현을 비속어라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언어 감수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유머 코드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이라, 내가 쓴 글을 두고서 '온갖 비속어'라고 꼬집은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면 애초에 그가 나의 글에 좋아여를 누르고 사라진 것, 나를 차단한 후에도 계속적으로 좋아여를 누르고 취소한 것을 두고 내 기분이 나빴던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본다. 사실 그의 그런 행동이 범죄도 아니고, 내 게시물에 어쨌든 좋아여를 늘려주는 것이니, 거기에 대고 내가 심히 기분 나빠할 일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었던 것은 아닐까 싶고.


그는 내 글이 술술 잘 읽히고, 개성 넘치는 작가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잘 읽히고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 자신을 언급한 글을 만났으니 그 상처나 배신감이 배가 되진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내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는데, 그는 언제부터 내가 쓴 글을 읽고서 상처를 받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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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글을 쓰고 살면서 몇 번의 다툼을 겪었지만, 악플러의 삶을 산 적은 없다. 일기나 에세이 같은 자기 체험의 산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글쓰기는 논리 싸움이며, 이 논리를 두고 오해를 하거나 이해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다투게 된다.


말이 통하는 이와 다투게 되었을 때, 나는 늘 사과를 하거나 사과를 받고서,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며 친구가 될 수 있었다. 2년 전쯤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서 한 작가 지망생이 무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주변 지인에게 내가 쓴 글이 실제로 그렇게 읽힐 수 있는지 물었고, 지인은 독자의 오독이라며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때 나는 독자의 오독을 탓하며 나의 편을 들어주었던 지인의 말에는 고마웠지만, 실제로는 내 글로써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는 것에 괴로웠던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글을 쓰려고 하지만, 글이란 늘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법이다. 그가 내 글을 보고서 불쾌하였다면, 미... 미... 미안합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비겁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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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그가 쓴 몇 꼭지의 글을 읽어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한 사람은 아니며,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나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뭐라고 이런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는가.


요 며칠 내가 뾰족했던 까닭은, 내가 하지 않은 말들이 재생산되며 댓글창에서 나를 욕하는 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댓글 창을 통해 나는 무례하고, 괘씸하고, 비매너에, 예의 없으며,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가 정말 그러한 사람인지 내 글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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