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에 알려야 하나

by 이경



책을 다섯이나 내었지만 책이란 우에 알려야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알 수 없다, 책. 다섯 번째 책 정도 되면 지가 알아서 좀 스스로 홍보하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데, 책은 날개도 달고 있으면서 왜 멀리멀리 안 가는 거여... 이렇듯 책홍보에 어려움이 따르다 보니 이런저런 뻘생각과 함께 노이즈 마케팅까지도 생각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듣고 보았던 가장 멋진 노이즈 마케팅은... 한 25년 전쯤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인데. 일본의 한 밴드 리더가 차를 몰고 가다가 백화점 1층 명품매장을 들이박아버린 사건이다. 매장 유리창은 모두 깨어지고, 차는 반파가 되어, 사고 현장 앞으로는 삐뽀삐뽀 소방차며 경찰차며 구급차가 속속 도착하였으며, 찰칵찰칵 기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던 도중 드디어 운전자였던 밴드 리더가 피를 철철 흘리며 부서진 차 문을 열고 나와서는... 카메라를 향해 밴드의 신보 CD를 들어 올려 보이는 사건이었는데에에...


나는 이게 친구가 꾸며낸 말인지, 헛소리가 루머가 되어 떠돌았던 말인지, 아니면 밴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인지, 그것도 아니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사반세기가 흘렀어도 알지 못한다. 여기서 말한 일본의 밴드와 리더가 누구냐 하면... 안알랴줌.


암튼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오오 그거 어쩐지 좀 무척이나 위험하면서도 반사회적이고 멋진 거 같은데, 어디 그럼 나도 백화점 1층을 향해서 차를 들이박고 신문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팡팡 터트릴 그때에 신간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들고 나와서는, 마치 옛 TV뉴스에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라고 떠들어댔던 것처럼, "여러분!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하면서 크게 책 제목을 외쳐볼까도 생각했지만, 가성비가 최악인 것이다...


이렇게 가성비를 생각하다 보니 역시 맨몸 승부가 좋지 않겠는가 싶어, 사람 많이 모이는 광화문광장에서 책을 들고서는 발가벗고 춤을 추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여러분! 헤헤헷, 그 노래가!! 헤헷, 아이참 부끄럽네, 고백하라고!! 헤헤헷..." 이 역시 상상하였더니 나나 지켜보게 될 여러분들이나 상호 간 부끄러운 것은 매한가지. 그러니 이경이경이 자발적으로 발가벗고 광화문에 나가기 전에 여러분들이 알아서들 책을 사보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말 책은 우에 알려야 하는 것인가. 계속되는 고민에 오늘은 스마트폰을 붙잡고서 릴스인지 쇼츠인지 책 보다 500배 재밌는 그 짧은 영상들을 보다가, 한 관객이 축구장에 난입하여 한참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 저거네. 저거야 저거. 저것이야말로 내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한 손엔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고서, 축구장이며 야구장이며 사방팔방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카메라맨이 카메라 줌을 땡겨 오면, 카메라 렌즈를 향해 책 표지가 보이게끔 들이밀면서어어어어... 그로 인해 전국구로 내 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취하게 되면서!!!!!!!!!!!!! 철컹철컹!!!!!!!!


책을 다섯이나 내었지만 책을 우에 알려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뻘생각과 과대망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서울국제도서전의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2년 전 <난생처음 내 책>을 내었던 그해에는 출판사 '티라미수 더북'에서도 도서전에 참가하게 되어 꼭 들르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갈 수 없었다. 그때의 서글펐던 마음 가다듬고 올해는 하루쯤 시간을 내어 국제도서전에 가보아야지.


그곳에 가서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몇몇 편집자를 찾아다가... 귓속말로... "헤헤헷, 제가 말이졍,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의 저자인데영, 헤헤헤헷." 하고서... 책과 나를 동시에 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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