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쓰나

by 이경



7월인데, 한 해의 반이 가버렸는데, 나는 이제 무얼 써야 할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완전 원고까지 다 쓰고서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책은 출판사에서 내자고 해서 썼다. 여섯 번째 책을 내려면 뭔가 쓰긴 써야 할 텐데, 나는 이제 무얼 쓰나.


지난 5월까지 끄적인 원고가 있는데, 당분간은 더 쓰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제 다른 무언가를 써야 할 텐데, 과연 무얼 써야 할까.


사람들은 나에게서 어떤 글을 기대할까. 누군가는 이경이 음악 에세이를 한번 더 내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었고, 누군가는 이경이 소설을 쓰면 좋겠다고도 해주었다. 그럼 나는 무얼 써야 할까.


책을 다섯이나 내었는데도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면, 시부엉 내가 신춘문예 등단을 못해서 그런가, 신문사에 단편이나 시를 써서 보내볼까 하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무얼 써야 할까.


무얼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면, 어느 출판사 편집자 누구라도, 이경이경 우리는 네가 그 어떤 개똥망 같은 글을 쓰더라도 책으로 엮을 자신이 있다, 그러니 우리와 다음 책을 계약하자, 하는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그때서야 나는 방향을 잡고 무언가를 쓸 수 있을까.


어제는 전에 작업했던 한 출판사에서 이미 나온 책에 관련 글을 추가하여 개정판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복수의 출판사와 작업을 하면 이렇게 썼을 때 익명성이 보장되어서 좋다. 그러면 나는 새 글을 쓰기보다는 앞선 책의 개정판 작업을 해봐야 하는 걸까.


나는 이제 무얼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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