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가르치는 일

by 이경



지난 주말 서점에서 들고 온 책을 읽다가 짜증이 나서 덮었다. 한국사를 다룬 책이었는데, 첫 꼭지부터 오류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를 엉망으로 쓴 문장 하나, 조사를 꼭 넣어야 할 곳에 빼먹은 문장 하나가 있었고, 한 페이지 안에서 '비롯한'이라는 표현이 네 번이나 나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타는 9월 6일에서 9월 8일 사이를 이야기하며 '이튿날'이라고 표현한 점이었다. 사흘을 4일이라고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 모든 게 첫 꼭지 안에서 일어났다.


어지간해서는 책의 악평을 sns에 남기지 않지만, 이건 정말 나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스타와 페북에 책 사진과 오류의 내용을 올려두었다. 한마디로 편집자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책이었는데, 편집자가 직무유기 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원고가 몇 번의 교정교열에도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쓴 저자는 이미 수십여 종의 책을 출간한 베테랑 작가이며, EBS에서 논술을 강의했던 사람이란다. 논술을 강의했다는 사람의 글이 왜 이런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책만 봐서는 글쓰기를 가르칠 게 아니라 아직도 한참 배워야 할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글쓰기 강사라면 이 사람이 쓴 책을 교본 삼아서,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가르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는 정말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가르치기를 좋아하는구나 싶어졌다. 많이 이들이 책 하나를 내고서 글쓰기 클래스를 열고는 다른 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게 누군가 특정인을 겨냥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그중에서는 정말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다른 작가지망생들의 출간을 돕는 이도 있지만, 그저 잘난 척에 지나지 않는 모지리들도 있는 듯하다.


똑같은 작가지망생이면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도 보았는데 나로서는 글을 가르치는 이도, 그런 이들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이도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최근에 읽은 글 하나에서는 글쓰기 모임의 리더라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 글의 제목이나 퇴고를 두고서 이러쿵저러쿵 하였다는 내용을 보았는데, 나는 그가 편집자 놀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 글쓰기 리더라는 사람의 글도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한참이나 부족해 보였으므로.


사람들은 정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듯하다. 자기계발서를 쓰는 이들은 꼭 그렇게 월 천, 이천을 벌 수 있다며 글쓰기 클래스를 열고, 에세이를 출간한 사람은 자기한테 배우면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클래스를 열고. 그런 글쓰기 광고를 보고 있자면 나는 어쩐지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껍다. 다들 한참 배워야 할 사람들이 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아, 배 아파. 이렇게 된 거 나도 어서 빨리 글쓰기 클래스를 열어가지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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