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와 패거리

by 이경



뭉치기.jpg


짤은 송현규의 <혐규 만화> 中


나는 가끔 '문우'라는 단어를 볼 때, 아 저거 좀 징그러운데... 하는 생각이 든다.

글쟁이에게 필요한 건, 특히 책 출간을 목표로 하는 글쟁이에겐 내 글을 이해해 줄 몇몇의(어쩌면 단 한 명의) 편집자와 독자만 있으면 되지, 글친구가 다 무슨 소용이람.


글쟁이들이란, 패거리를 이루고서 겉으로는 서로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를 하도록 만들어진 사람들 아닌가. 문우가 되어 합평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사기를 꺾고, 경쟁자의 싹을 잘라내거나 혹은 얼토당토않은 칭찬과 자화자찬으로다가...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다른 글쟁이의 평가에 흔들릴 필요가 있냐구. 글이라는 거 말이야, 그냥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혼자 이것저것 생각 많이 하면서, 백지를 노려보며 키보드와 쇼부를 치는 거라규... 백지 너 이 생키 오늘 나랑 한판 붙어보자... 투닥투닥...


하지만 이런 나도 가끔은 글을 쓰는 일이 외롭다 보니까능, SNS 하면서 다른 글 쓰는 분들 보면 괜히 친구신청도 해보고... 그렇게 온라인 친구가 되면 칭찬과 위로를 건네며... 뭐 그런 가식을 떨며 지내기도 하지만서도...


그럼에도 문우라는 단어는 좀 징그럽지 아니한가... 생각하면 나는 세상에 친구도 몇 없는데, 글친구가 웬 말인가... 하아... 그런데 요즘에는 아예 커리큘럼으로 뭉쳐가지고서는... 우리는 작가라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무네 작가입니다... 우리들의 글솜씨를 봐주십시옹... 하면서 공저로 책을 내는 사람들도 많고...


한 출판 에이전시라는 곳은 연구생 제도라는 걸 만들어가지고는 연구생 한 명당 수백만 원씩 받아서 기획출판을 위해 이것저것 가르치고, 연구생들끼리 합평도 하고 뭐 그런다는데... 그 돈 내고 책 낼 바에야, 그냥 자비출판하는 게 낫지 않나... 어차피 기획출판이든 자비출판이든 안 팔리는 건 매한가진데... 수백만 원 들여가면서 작가 지망생 여럿이 뭉쳐가지고는 책을 내려는 그 욕망을 나는 잘 모르게쒀... 작가든, 작가지망생이든 일단 뭉쳐서 패거리를 이루는 순간...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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