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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ug 30. 2023

전자책 만을 내지는 말라는 이유



몇 달 전이었으려나. 브런치의 한 유저 분께서 전자책을 냈다는 글을 올리셨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이 대체로 칭찬과 축하 일색이었다. 근데 나는 그게 칭찬과 축하 만을 하기에는 조금 뜨악한 부분이 있어서, 관련하여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전자책을 내셨던 당사자가 어찌어찌 내가 쓴 글을 읽고서 몹시 마음 아파했던 일이 있었다. 뭐, 어쨌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었으니, 기회가 되면 사과도 좀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그분은 그 후로 브런치에서 나를 차단하시고...


아무튼 그분에 대해서는 그 후로는 언급을 안 하고 있는데, 오히려 가끔 한 번씩 그분이 내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댓글란을 통해 조리돌림 당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분 말씀이 브런치에서 왜 브런치 작가들을 비판하느냐... 하는 건데, 보고 있으니까 그분은 브런치뿐만 아니라 헤드라잇이란 매체에서도 나를 비판하고 계시고 있다. 차라리, 브런치에서 브런치 유저 비판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그분 말씀대로면 나는 앞담화만 하고 있는데, 그분은 왜 앞담화와 뒷담화를 같이 하고 계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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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전자책 만을 내지 말라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아직까지는 종이책에 비해 판매량이 너무 미진할 뿐 아니라, 전자책으로 ISBN을 받아버리면 그 후에 같은 내용을 종이책으로 내려고 할 때, 여러 가지 문제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가 쓴 <책 한번 써봅시다>에도 관련 글이 나왔던 거 같은데, 출판 계약이라는 게 출판사에 내 글을 파는 일 아닌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글을 전자책 출판사에 팔았다가, 훗날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겨 종이책으로 만드려고 할 때, 전자책 출판사에서 글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작가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종이책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로서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일...)


전자책뿐만 아니라 부크크 같은 자가 출판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많은 유저들의 목표는 브런치에서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종이책 출간 공모전에 글을 보내고, 입상하여 종이책을 내는 것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새로운 브런치 공모전 일정이 떴으니 많은 분들이 또 도전하실 텐데, 관련 공지 중 중요 내용 하나를 살펴보자.



보다시피, ISBN을 받아버린 책이나, 부크크 등의 POD 출판물은 응모하더라도 수상에서 제외된다. 수상은커녕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자, 그럼 당연히 글 쓰는 사람으로 전자책 만을 먼저 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당장 전자책을 낼 수 있다는 유혹에 이끌려 무턱대고 출간을 하고 나면, 순간의 기쁨은 있겠지만, 그 후에 종이책을 낼 수도 있을 기회를 날리게 될 때에는 그 후회가 얼마나 클까?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투고받은 원고가 너무 좋은데 전에 자가출판으로 아주 소량만을 인쇄한 적이 있고, 하필이면 ISBN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개정판으로 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작가님에겐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첫 책이었지만, 결국 '개정판'이라는 다소 황당한 문구를 달고서 나와야만 했다.


그러니 누군가 달콤한 목소리로 "선생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전자책을 내드리겠습니다." 할 때, 다들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요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출판사에서는 대부분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함께 출간을 하는 추세이니, 조금 더 노력해서 이왕이면 종이책을 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앞서 말한 전자책 만을 먼저 내신 작가님은 전자책 출판이든, 자가 출판이든, 기획 출판이든 사람들에게 다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각자에게 나름의 의미는 있을지언정 그 가치가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자책 출판을 하신 것에 대해 과거 내가 쓴 글을 보시고 기분 나쁘실 수는 있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 그 가치가 떨어져 보일 수 있는 것이 염려스러워 한마디 얹었던 것이라고 이해해 주신다면 좋겠다.


전자책만으로도 만족하신다면야 뭐 제가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겠지만.


ISBN = 사람이라고 치면 주민번호 같은 책의 고유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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