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를 모두 삭제하라!

by 이경



*느낌표를 모두 삭제하라. 느낌표는 자기가 한 농담에 자기가 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세계적인 문호들이 남긴 이런저런 글쓰기 명언들을 읽고 있으면, 멘탈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고 실용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했다는 느낌표를 삭제하라는 명언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글쓰기 팁이다. 단연코!


실제로 나는 느낌표가 많이 쓰인 글과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호러소설에서 과다하게 쓰이는 느낌표는 최악이다.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 무서움을 강요하는 것만 같다. 무섭지?! 무섭지?! 빨리 무섭다고 해줘!!!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무서움보다는 실소를 내며 읽고 있던 책을 덮어버린다.


느낌표는 대체로 과장스럽고, 어수선하다. 피츠제럴드의 명언을 접한 이후로 나는 느낌표를 지양하며 글을 쓰려한다. 느낌표를 쓰지 않는다면 글을 쓸 때 평정심을 갖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감정과 글, 무엇이 우선일까.

대부분은 내 감정이 글로 적히겠지만, 때로는 글이 내 감정을 이끌기도 한다. 문장에 느낌표를 추가할 때마다 나는 널뛰는 감정과 과장된 몸집으로 독자에게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


느낌표(!)가 내 글쓰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글쓰기와 관련된 어느 책에선 문장부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피츠제럴드의 명언을 소환하기도 했다. 책을 쓰며 피츠제럴드가 느낌표를 삭제하라는 말을 진짜로 했는지의 팩트 체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명언집에 쓰인 이야기만 접하고서 책에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웠으니까. 마침 그때즈음 넷플릭스에서는 '느낌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올라와있었다. 다큐에서도 피츠제럴드와 느낌표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렇게 크로스체크를 하고서야 나는 책에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대체 느낌표가 뭐라고 이렇게 다큐멘터리로까지 만들어지는 걸까. 그만큼 느낌표는 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호이다.


지금까지 다섯 종의 책을 내면서 늘 느낌표가 없는 책을 쓰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느낌표를 끄집어냈어야 했고, 최근 다섯 번째 책이 되어서야 느낌표가 빠진 책을 쓸 수 있었다. (책 제목 등에 쓰인 느낌표는 차치한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담당 편집자와 편집 과정을 거치며, 편집자는 두세 문장에서 느낌표를 넣길 제안했지만, 나는 결국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놓았다.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에는 딱 한 번의 느낌표가 쓰였다고 하고, 허번 멜빌이 쓴 <모비 딕>에서는 천 번이 넘는 느낌표가 쓰였다고 한다. <노인과 바다>는 읽어 봤지만, <모비 딕>은 아직 읽지 못했다.


느낌표 때문이냐고? 아니, <모비 딕>은 책이 너무 두껍더라구!!!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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