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by 이경



*많은 사람이 중도에 글쓰기를 포기한다. 당신이 그만두지 않는다면, 글을 고친다면, 점점 더 좋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된다면, 당신은 "비결이 뭐예요?"라는 질문이 실은 '질문'이 아니라 "즐거우세요?"라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로버트 립사이트-



회사 건물 한 사무실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상하지 않도록 보호재를 붙여놓았고, 보호재 한 면에는 공사 일정과 시공 업체명, 연락처 등이 붙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시공을 하는 업체의 이름이 무척이나 직관적이다. (주)노가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여도 건설현장에서의 노동,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노가다'에 비하진 못할 것이다. 물론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도 힘들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이고, 글을 많이 쓰는 날에는 실제로 몸이 부서질 듯 아프기도 하다. 눈 건강과 치질에 대한 두려움은 글을 쓰는 이에게 늘 따라다니는 문제이며, 무엇보다 내 글을 읽어줄 독자와 편집자를 찾는 일은 요원하다. 남들에게 자신의 글을 보이면서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피가 바짝 마를 것만 같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사람들은 글쓰기, 또 책쓰기를 중도에 포기한다. 누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글을 쓰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당장 오늘 글쓰기를 놓아버려도 나에게 무어라 할 사람도 없다. 어쩌면 글쓰기를 포기함으로써 온갖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작가를 꿈꾸던 그 시절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웃는 날보다 울상을 짓는 날이 많았으니,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구겨져만 갔다. 그럼에도 결국 포기할 순 없었다. 작가 지망생에서 첫 책을 내는 과정은 몹시 힘들었고,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네 번째 다섯 번째를 겪으면서는, 이제는 책을 내지 못할까 봐 생기는 두려움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얼마 전 여섯 번째 책을 계약했다는 글을 올리자, 몇몇 출판사 대표님과 편집자님들이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다. 출판 관계자들의 이런 축하는 나에게 초심을 찾도록 해준다. 작가 지망생 때는 책 하나만 낼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고 여겼다. 한 때의 소원이 반복해서 이루어지면 그 의미가 조금은 옅어지기도 하는 걸까. 사실은 책을 하나 계약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축하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작가 지망생 시절로 돌아가, 다시 출간의 의미를 곱씹으면 이 일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글쓰기를 중도 포기 하지 않았던 나를 만나서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이렇게 책을 다섯 정도, 매년 한 종씩은 내다보니 실제로, 비결이 무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답을 할 생각에 입꼬리가 실룩 올라간다. 웃음을 숨길 수가 없다. 마음껏 잘난 척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이런 질문은 로버트 립사이트의 말처럼, 정말 비결을 묻는 것이 아니라, "즐거우세요?"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대체로 힘들고 피곤하다. 책을 내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 행위의 한편에는 분명 '즐거움'도 따른다. 작가 지망생이나 단권 작가에게,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며 마음껏 개구리 짓을 할 수도 있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아무렴 책을 다섯 정도나 썼으니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 즐거워. 정말 너무너무 즐거워.


당신도 글쓰기를 중도 포기 하지 않는다면,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

이전 05화( )를 모두 삭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