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by 이경



*'내가 한번 보여주지'라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이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작가가 되지 마라. 이처럼 동물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으로 대중 앞에 우뚝 서고 싶지 않다면 작가가 되지 않는 편이 낫다. -리언 유리스-



글쓰기는 평생 동안 '내 글 구려병'과 '작가병'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극한의 게임이다. 자신감이 너무 없어도, 반대로 자신감이 넘쳐흘러도 곤란하다. 나는 성격상 대체로 '내 글 구려병'에 허덕이는 편이지만, 한 번씩은 정신이 획 나가서는 '내가 한번 보여주지'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글쓰기에도 전투력은 필요한 법이고, 애써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음악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이럴 땐 힙합이 주효하다.


작가 지망생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실제로 많은 편집자들은 불확실한 작가 지망생의 글보다는 익히 알려진 이들의 글을 선호한다. 트렌드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플루언서라면 아무래도 아예 알려지지 않은 작가 지망생보다는 책을 내기가 훨씬 수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건 나만 쓸 수 있는 글이야, 내가 이 이야기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재미있게 쓸 수 있어, 내가 짱이야, 모두모두 비켜라, 내가 한번 보여주지 같은 마음을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게 좋다. 이런 마음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은 채,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서, 나는 신춘문예 등단자가 아니라서, 나는 인생에 특별한 일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서 등을 이야기하며 한발 뒤로 뺄 생각이라면, 정말 작가가 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떠했나. 출판 시장에서 투고를 해서 소설을 책으로 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고를 하고서는 원고가 채택이 되어 소설로 데뷔작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 책은 집 앞 골프 연습장에서 3개월 정도 연습하고서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골프 에세이였다. 서점에서 골프 관련 서적을 찾아봐도 대부분 전문가들이 쓴 레슨 책이거나 유명인들의 에세이가 전부였다. 나 같은 일반인이 쓴 골프 에세이는 거의 보질 못했지만, 분명 어느 시기에는 '내가 한번 보여주지'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글을 써내려 갔다. 내가 골프 전문가는 아니지만, 글빨로만 따진다면 골프 전문가에게 뒤질 게 무엇이냐는 생각이었다. 세상엔 당연하게도 골프 전문가보다 나 같은 평범한 이들로 가득할 테니까.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서는 '공감의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소설가도 아니면서 소설로 첫 책을 냈고, 골프 전문가도 아니면서 골프 에세이로 두 번째 책을 냈다. 세 번째 책 또한 투고였고, 나는 담당 편집자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미팅 자리에서 물었다. 편집자님, 저는 전문가도, 트렌드 세터도,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저의 어떤 점을 보시고 원고를 채택하신 거예요?


그때 편집자가 해주었던 대답은 지금까지도 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저는 글만 봅니다."


'내가 한번 보여주지'라는 기분이 들면서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면, 글을 쓰면서 그런 느낌이 든다면, 전문가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내 글을 다듬어줄 편집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유명한 이가 아니라서 책을 못 낸다는 이야기는 자기 합리화이며 핑계일 뿐이다.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세상엔 여전히 '글만 보고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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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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