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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시바!

by 이경



<폰타와 오늘의 산책>


결혼할 때 주례사를 해주신 분은 아버지 지인의 지인이었는데, 지금은 작고하신 소설가 이외수와 동명이인이었다. 이름이 그러해서 지금까지 기억나기도 하고.


여하튼 대부분의 결혼식 주례사가 그러하듯, 무슨 말씀을 해주셨는지는 좀처럼 기억이 안 나는데 딱 하나만 생각난다. 내용인즉슨 요즘 밖에 돌아다녀보면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게 아니라 개를 태우고 다닌다며, 개 키우지 말고, 자식을 낳아 기르라는 것이었다.


이외수 선생은 작금의 저출산 문제를 그 시절부터 인지하고 계셨던 걸까...


살면서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주례 선생님 말씀에 동의도 반박도 하지 않고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살았다. 개는 안 키우고 아해들을 키우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주례 선생님 말씀을 따르게 된 걸까.


지금까지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아직도 내가 누굴 키울 역량은 안 되는 거 같고, 누가 나 키워준다 그러면 그 집에 들어가 살고 싶을 정도...) 바로 시바... 시바견만 보면, 엇... 귀엽다. 집에 시바 한 마리 있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을 간혹 한다. 온라인 친구 중에 시바견을 키우며 산책하는 선생님이 계시기도 하고...


서점에서 <폰타와 오늘의 산책>의 표지를 봤을 때 이건 힐링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그저 시바견과 산책하는 이야기.


그런데 시바 폰타의 산책자 리에코는 어쩐지 좀 맹한 구석이 있다. 책 뒤표지에 있는 설명 그대로, 산책을 하며 리에코가 헛소리를 하면, 폰타가 마음속으로 쓴소리를 내뱉는다. 이런 헛소리와 쓴소리의 합이 재미지다.


귀여운 거 좋아하는 사람, 시바 좋아하는 사람, 산책 좋아하는 사람 등등이 보면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작품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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