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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야동과 리커버리

by 이경



일요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면서 티비 채널을 돌리는데 UFC에 '송야동'이라는 선수가 나왔다.


한국 선순가... 이름이... 본명일까... 부모님이 아이 이름 지을 때는 '야동'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거겠지... 아니면 닉네임일까... 코리안좀비처럼 뭐 그런... 근데 닉네임이라고 해도 좀 이상하잖아...


싶었는데 중국 선수였다.

그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아,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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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5라운드 대결 끝에 송야동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팽팽하게 진행될 것 같던 승부는 후반이 되면서 송야동의 흐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4라운드가 끝나고서였나. 송야동의 상대방은 지친 모습으로 코너에 앉았고, 그의 코너에서는 코치로 보이는 사람이 물을 건네주며 선수에게 말했다. "리커버리... 리커버리... (회복해, 회복해...)"


선수는 코치가 건네주는 물을 마시면서 회복하라는 코치의 말에 조금은 풀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회복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 결국 마지막 라운드에서 송야동에게 큰 점수를 빼앗긴 선수는 그렇게 패배하고 말았다.



에미넴의 <리커버리>는 내가 참 좋아하는 타이틀의 앨범이다. 약물중독에 빠져 살던 에미넴이 오랜 재활 끝에 말 그대로 리커버리 하여 재기를 알린 앨범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길 위에서 홀로 걸어가는 에미넴의 뒷모습이 참 외로워 보여서 좋다.

앨범 자켓에서는 에미넴 한 사람만 보이지만,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겠지. 송야동에게 패배했지만, 다음 라운드 승부를 위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리커버리를 말해 준 코치가 있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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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처맞고 코너에 앉아 있을 때, 리커버리를 말해주는 코치가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스로 회복을 하든, 링 위에 수건을 던지고 그만두든. 모두가 글을 쓰는 이 스스로가 행해야 하는 일.


일요일 UFC를 보면서 비록 송야동에게 패배했지만, 리커버리를 말해주는 코치가 있었던 선수와 에미넴이 떠오르면서 문득 글 쓰는 일이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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