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 쌤, 정희 작가님(!)의 책이 나왔다. 헤헷. 내 기억이 맞다면 정희 쌤은 지금까지 내가 냈던 모든 책을 읽고... 모든 책의 서평을 올려주셨다. 글 쓰는 이에겐 거의 천사 오브 천사... 대천사 같은 분 아니신가... 그런 분이 책을 낸다면 당연히 사서 읽어봐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마땅한 도리. 이처럼 저의 모든 책을 읽어주신 분이 책을 내신다면 제가 사서 읽어봅니다... 그러니 책을 내실 분들은 제 모든 책을 읽어주십...(응?) 헤헷.
정희 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것과 인터넷에 떠도는 '어휘력 테스트'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받으셨던 게 기억이 난다. 거의 테스터 상위 1%? 0.1%? 였던 기억. 몰랐는데 책날개를 보니 윤리학과 국문학을 전공하셨다고. 그때 나도 같은 테스트를 해봤는데 상위 몇 프로였더라... 아무튼 어디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이야, 나라는 인간은 글 쓴다는 놈이 어째서 어휘력이 이 모양인가. 그때부터 나는 정희 쌤에게 조금 동경 어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저 사람은 왜 저리 똑똑하지?
책의 부제는 '오십에 발레를 시작하다'. 프롤로그 포함 이제 세 꼭지 읽었는데 단순한 발레 에세이가 아니라, 여러 책의 문장들이 인용되어 책 속의 책을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듯. sns 하면서 정말 책을 많이 읽는 헤비 리더들을 몇몇 알게 되었는데, 정희 쌤도 분명 그런 분들 중 하나이다. 그런 분이 책 속에 여러 책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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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닌 정희 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내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출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비출판은 권하지 않지만, 독립출판을 한다면 그건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보고 응원을 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돈을 내고 책을 만드는 자비출판과 달리, 혼자서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종이도 고르고 인쇄소도 고르고 서점 영업도 하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멀티플레이어기 돼야 하는 독립출판을 생각하면,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겠더라고. 그렇게 독립출판을 말할 때 '아티스트'로 떠올린 사람 중 하나가 분명 정희 쌤이었다는 뒤늦은 고백. 정희 쌤이 몇 년 전 독립출판으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를 낼 때 스스로 교정을 보고 제작을 알아보던 과정을 sns에 올려주었는데 그게 나에게는 큰 귀감이 되었었다. 아이고, 나는 저거 못한다... 근데 저 사람은 왜 저리 잘하지?
그렇게 독립출판으로 첫 책을 낸 정희 쌤은 한 번씩 투고 등 출판사 기획출판으로 책을 내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속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냈었다. 정희 쌤, 책 나오면 좋겠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글도 좋고 책도 많이 읽으시니까. 분명 책이 나올 수 있겠지. 그런 정희 쌤의 책이 정말 올해가 가기 전 이렇게 멋진 일러스트 그림을 표지에 실어 나왔다.
제목도 넘나 멋져. 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정희 쌤에겐 여섯 살 나이에 TV에 나오는 발레리나를 보고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오랜 시간 웅크리고 있던 꿈이었던 거겠지. 어쩜 출판사도 찰떡처럼 '꿈꾸는인생'이다.
정희 쌤, 정희 작가님 출간 축하드리고 재밌게, 즐겁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희 쌤 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커피 한 잔 하자는 이야기도 나누었던 거 같은데, 정희 쌤 책 엄청 많이 팍팍 팔아서 2쇄3쇄4쇄5쇄만쇄 찍으시고 저 커피 사주세요, 네네.
그럼 이만.
아, 이건 할까말까 싶은 이야기인데. 내가 2021년 <난생처음 내 책>이라는 책을 내고서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책홍보를 하다가, 며칠 주춤했던 일이 있는데, 그때 정희 쌤이 나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주시기도 했다. 그때 그렇게 안부를 물어봐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던 기억... 정희 쌤, 그냥 커피는 제가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