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광고를 엄청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개봉하자마자 혹평 기사가 쏟아져서 플레이하기가 두렵네... 나는 크리처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경성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듯.
글도 그 시절의 문체 보면 실실 웃음이 나고, 특히 삽화가 너무 좋음. 경성 시절의 삽화집 같은 거 나오면 별다른 저항 없이 사보는 편. 프로파간다 출판사에서 나온 <황금광시대> 같은 책이나 혜화1117에서 나온 <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 같은 책들.
최근 서해문집 출판사에서 45,000원 700페이지가 넘는 <포스터로 본 일제강점기 전체사>라는 책이 나와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넣어뒀다능.
<라이더, 경성을 누비다>는 사놓고 시간 날 때 조금씩, 한 꼭지씩 읽고 있는 책. 꼭지 하나당 열 건 가까운 참고자료를 사용해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잘 전달해 주는 듯. 지은이가 조선일보 사료연구실장이라 참고자료의 절반 정도는 옛-조선일보에서 가져온 것 같긴 하지만.
지금까지 본 내용 중에서 재밌었던 거 몇 가지 꼽아보자면.
1920~30년대에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데, 당시 지식인이었을 김기림 같은 사람이, 마스크 쓰지 말고 다녀라, 했다는 에피소드나, 여자 얼굴의 반은 코와 입에서 나오는 건데 왜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냐아 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보면 너무 재밌다능. 20년 대에는 모르핀을 '모르히네'라고 표기한 것 같은데, 이것도 너무 재밌고. 모르히네.. 모르히네..
책에는 노천명의 연애 이야기도 나오고, 김동인과 염상섭이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를 두고 서로 디스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엄청 흥미진진함.
거실 책탑에 올려놓고 생각나면 한 번씩 열어보는 책인데, <경성크리처> 혹평 소식에 다시금 열어보았던 것이야요. 다 읽은 책은 아니지만, 나처럼 모던의 시대, 경성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