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들어가서 신간 뭐 나왔나 본다. 주로 에세이, 소설, 만화 카테고리 위주로.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는 가끔 한 번씩 본다. 머리 아픈 수험서나 돈과 관련된 책들, 미디어를 타고 뭐 하나 터지면 갑작스레 인기를 끄는 비슷한 책의 목록 등을 보는 게 마뜩잖아서. (요즘은 쇼펜하우어 책이 그렇다.)
그래서 베셀 차트도 장르별로 보는 편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차트. 그러다 며칠 전 소설 베셀 차트를 보는데 있어야 할 책이 보이지 않는 거. 바로 봉부아의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여러분, 이 책 완전 재밌는데 왜 베셀 차트에 없는 거냐묘...
책은 봉부아 작가님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봉부아 작가님 주변인들의 캐릭터를 상상하며 읽기도 했다.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책에서 '나'의 원고를 다듬는 출판사는 서점을 겸하고 있는 '자상한시간'일 테고.
내가 '자상한시간'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김설 작가님의 북토크가 진행된다고 해서였던 거 같고, 그 후로는 황보름 작가님이 역시 같은 곳에서 북토크를 진행했었나. 아, 여기는 서점을 하면서 책도 만드는 곳이네, 재미난 곳이네, 뭐 그런 생각.
역시 책에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 속 '나'의 글을 출판사에 소개해주는 사람은 아마도 김설 작가님 같고. (소설에서 김설 작가님은 '저명한 작가'로 등장한다... 저명하신 김설 작가님...)
지난여름 코엑스 도서전에 가서 딱 세 사람의 작가님에게만 인사를 드렸는데, 그중 두 분이 김설, 황보름 작가님이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가끔 댓글도 달고 하는데 인사를 드려볼까, 했던 곳이 바로 출판사 '자상한시간'이었다.
그때 '자상한시간' 부스를 한 세 번 정도는 지나쳤던 것 같다. 한 번은 자상한시간의 여사장님이 "이 책 재밌어요." 하면서 권하기도 하셨는데, 봉부아 작가님의 데뷔작 <다정함은 덤이에요>였다.
'아, 저 이 책 나오자마자 샀어요, 오늘 봉부아 작가님은 안 오시나요? 아, 혹시 아실지 모르겠는데 저 자상한시간이랑 인친이거든요. 저는 이경이라고 하는데요.' 하는 마음의 소리는 내뱉지 못하고서 그저, "아, 네네." 하고서 돌아서긴 했지만.
사실 그때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건, 이분들이 날 알까,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상한시간 출판사는 부부가 운영하는데 나에게 가끔 댓글을 달아주고, 좋아여를 눌러주는 분이 여사장님인지, 남사장님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구셔요?
자상한시간은 올해까지만 서점을 하고 내년부터는 출판사에 매진한다는 거 같던데. 서점에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고서 한 번을 가보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걸 왜 이제 얘기해>에서는 여성분이 출판사 '대표', 남성분은 '대표의 남편'으로 등장한다. 출판사 대표는 나를 이해해주려 하고, 대표의 남편은 어쩐지 '저 사람 왜 저래' 하는 역할을 맡는다. 작가와 유머 코드가 다르고, 가부장적인 느낌이 드는.
나는 소설 속 나와 부부가 나의 원고를 두고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대표의 남편이 나에게 원고에서 메시지가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나가 당황해하자 출판사 대표는 바로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의미는 독자가 느끼는 거지, 작가가 굳이 불어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장면이 정말 좋았다. 읽으면서 내적 박수를 치게 되는 장면이랄까. 작가에게 편집자의 채찍과 당근이 연달아 주어졌을 때 어느 한쪽의 의견에 더 기울게 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그리고 에세이의 메시지에 대해 다루는 게.
<그걸 왜 이제 얘기해>에 등장하는 이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작가와 독자의 관계 등에 대해 더 주절주절 떠들고 싶었는데 이미 리미트에 다다른 듯... 분량 조절 실패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은 읽으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인데요, 봉부아 작가님 책은 읽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들어서 좋습니다. 작가가 매력이 있으면 특별히 심어놓은 메시지가 없어도 독자가 알아서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게 되는 거 아니겠냐묘...
아무튼 여러분, 이 책 재밌습니다... 베셀에 오를 수 있도록 제가 밀고 있으니까, 빨리 밀리시라며.. 리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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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입니다. 인서타는 글자수 리미트가 있기 때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