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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찻집

by 이경


양인자, <그 겨울의 찻집>


여러분, 양인자 선생님 음악에세이 나왔다? 자신이 쓴 노랫말을 소재로 에세이를 쓴 이들은 몇 있었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그런 음악 에세이중 가장 담백한 글이 아닌가...


1부 2부로 나뉘어진 책인데, 1부 읽고 있는 중이고, 1부는 양인자 선생님이 가사를 쓴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들 나오는데 참 좋다.


다음으론 두서가 없는 이야기들.


-책에 자작나무 그림들이 많이 실렸고(화가 신재흥), 에피소드와 관련된 사진들도 꼭지마다 실렸는데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낭만이 줄줄줄. 젊은 시절의 조용필과 옆에서 입 가리고 웃는 양인자 선생님 사진 너무 좋다능.





-조용필 <큐>와 관련해서는 "그런데 큐가 뭐예요?"하고 물어본 이가 딱 한 사람 있었다는데 그가 바로 故마광수 교수였다고. 양인자 선생님 자신조차 노랫말을 쓰고서 Q가 무엇인지 까먹고 있다가, 꼭지 말미에 Q의 정체를 알려주신다능. Q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유열 <괜찮아 나는> 꼭지. 유열이 기타맨과 함께 연습하러 와서 악보를 보는데, 기타맨이 "이 가사는 예사롭지 않은데?" 했고, 양인자 선생님이 하마터면 찻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는 이야기. 그 뒤로, '꺼뻑 엎어지면서 알아주는 이를 기다리노라'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백아와 종자기 이야기도 나오고. 양인자 선생님, 기타맨이 자신의 가사를 알아봐 준 사실에 가슴이 쿵쾅거려 구석에 숨어버리셨다고... 이 구절 보는데 얼굴이 막 뜨끈뜨끈해지고 그랬다. 모든 예술인들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글 쓰는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러모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 아무튼 양인자 선생님의 노랫말을 예사롭지 않게 본 기타맨이 누구인가 하면... 궁금하신 분은 책을...



-나는 SNS에서 유럽을 구라파라고 쓰거나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쓰곤 하는데, 물론 이게 내 세대 언어는 아니고 구세대 언어이긴 하지만, 나는 그 옛 단어들의 어감을 좋아한다능. 양인자 선생님 책에서 북유럽을 '북구라파'라고 쓰셨는데, 양인자 선생님의 언어를 그대로 실어준 편집자에게 리스펙...


-나는 예술인 부부, 특히 음악 부부들에게 관심이 좀 있는 편인데, 한국에서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음악 부부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김태화+정훈희 부부를 꼽고 싶다능. 아마 죽기 전까지 이렇게 목소리 좋은 커플은 다시 못 보지 않을까. 그도 그럴게 정훈희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 보컬이고, 김태화도 간지 개쩜.


여하튼 목소리 커플은 그렇고, 음악적인 재능 + 환상의 호흡을 따지자면 김희갑 + 양인자 부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함. 책에서 이선희 <알고싶어요> 관련해서 김희갑 + 양인자 부부의 연애 시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김국환 <타타타>,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꼭지도 재밌는데, 방송국에서 양인자 선생님에게 남편도 설거지를 하냐고 물었었다고. 근데 양인자 선생님 그 당시 집안일 봐주는 도우미가 계셔서 자기도 설거지를 안 한다는 대답... ㅋㅋㅋ


-책에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인자 선생님이 쓴 노랫말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김현식의 <바람인 줄 알았는데>인데 김현식 이야기가 없는 게 조금 아쉬움. 참고로 이 글은 <바람인 줄 알았는데>를 쓰면서 적는 중.



-책을 보니 김희갑 + 양인자 부부는 실버타운에 들어가서 노후를 즐기고 계시는 듯. 그러면서 2026년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공연도 준비하신다고... 양인자 선생님 45년생이신데 여전히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하시는 게 너무 존경스럽다능...


-조용필, 정동원 등이 추천.


-쟈스민은 바향서원의 출판 브랜드라는데 이게 출판사 첫 책인 듯. 첫 책이 이렇게나 좋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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