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고양서타필드 메가박스에서 심야로 영화 <파묘>를 보았다. 대략적인 줄거리와 몇몇 평론가들의 논평을 보고서 보았는데(매불쇼 시네마지옥 / 칸찬일, 미치광희 최광희, 라이너, 거의없다) 재밌었다.
밤 11시 반에 시작해서 새벽 2시에 끝나고 상영관에서 나와서 처음 마주한 게 쓰레기통인데 이 모습이 너무나 괴기하고 기괴하고 기이해 보였다. 극장 안 사람들은 <파묘>를 보면서도 놀라거나 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이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보고서는 다들 히익, 헤엑, 허억, 허걱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진짜 보고 있으면 뭔가 징그럽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 장면.
여하튼 영화에서는 무언가가 관에서 나오고, 사람들은 상영관에서 나오고...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이런저런 관에서 나오는 밤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는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자꾸만 혼잣말을 하셔서 적잖은 신경이 쓰였다. 가령 영화에서 '축시'에 어떤 일을 펼치려 드는데, 아주머니가 "축시? 11시?" 이런 식으로 혼잣말을 하시는 거... 그래서 나는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의 해설을 듣는 듯 아, 축시가 11시인가 보다...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심지어 그것도 틀렸더라능... 축시는 새벽 1~3시라고 합니다, 네네...
영화 괜찮았는데 특히 김고은이 영혼을 소환하는 씬이 좋았다. 와병이 나서 못 오시나, 집이 없어서 못 오시나 하면서 영혼을 달래고 어르고 부르는 노래에서 진짜 할매처럼 까실까실한 음색이 너무 듣기 좋아서, 이야 내가 귀신이었다면 저 노래 듣고 바로 달려갔겠다 싶은, 그런 목소리였다.
영화를 전후반으로 나누면 전반은 너무나 훌륭하고 후반은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딱 그런 영화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