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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중헌 것은 무엇인가

by 이경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이 한두 가지겠냐마는, 그중에서도 제가 유독 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언행일치, 즉 말한 대로 행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또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걸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령, 제가 실제 입밖으로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면 저는 그걸 글로 옮기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물론 정리가 덜 된 거친 생각을 글로 적을 때는 스스로 오래 고민하는 편이지만, 그런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것과 글쓰기의 제약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가끔 언행불일치한 이들을 통해 몹시 실망스러운 뉴스를 접하기도 하잖아요? 평소에는 여성의 인권 향상을 주창하던 인권운동가가 어느 날 성범죄를 저지른다거나, 감미로운 연애 시를 쓰던 작가가 지저분한 성추문에 휩싸였을 때도 그렇습니다. 그 실망의 상당은 그들의 언행불일치함에 따른 것입니다.

노인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이 노인을 비하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SNS에서 알콩달콩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던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헤어졌다는 소식만 들어도 놀랄 정도니까요.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조금 거칠고, 못되어 보이더라도, 오프라인에서도 똑같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이, 꺾이지 않을 신념을 지니고 있다면 때로는 당당하게 글로 써볼 필요도 있습니다.


만약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성품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성품은 글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누구라도 당당하게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라는 글을 쓰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신고나 고소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언행불일치, 표리부동, 자승자박, 위선적인 글쓰기가 되어버리겠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법이라 믿지만, 글로 좋아 보이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인 것만은 아닙니다.

글의 세계에선 때로 위선이 아닌 위악이 더 훌륭할 때도 있습니다.


언행이 일치할 수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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