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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에 가장 고마운 사람

by 이경



거의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전업 프로 글쟁이들은 대체로 '영감'이라는 단어에 의존하지 않고, 꾸역꾸역 써나가는 거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그게 직업일 테니까요. 반면 마감이 없는 글쓰기를 하는 저는 그래도 '영감'이라는 단어에 어느 정도는 의지를 하기도 합니다. 뭔가 갑자기 쓰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 생겨난다면, 그게 저에게는 '영감'을 주는 것들이겠죠. 보통은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또 책이나 영화, 여행을 통해서도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겨나는 편이데요.


가끔은 특정한 사람 누군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저에게 최근 몇 년간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그런 존재였어요. 함께 책을 만들었던 편집자이거나, 함께 책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몇몇 출판 편집자들이 쓰는 글을 읽으면서 저도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생기곤 했거든요. 저에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글쓰기를 하는 데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 고마운 분들이 누구인가 하면... 바로 몇몇 엉터리 글쓰기 강사들입니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는데요. 정말 이럴 때 '나의 친애하는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거겠죠. 몇몇 엉터리 글쓰기 강사들이 내뱉는 헛소리 가득한 주장들을 보고 있으면 으어어어엌ㅋㅋ낄낄낄낄낄 하면서 자연스레 머리에선 반박의 글이 그려지는 겁니다. 최근에 제가 쓴 글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도 한 엉터리 글쓰기 강사의 엉뚱한 주장에 반박하고자 쓴 글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저로서는 엉터리 글쓰기 강사들이 내뱉는 헛소리를 지켜보는 게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야 진짜 즐겁다, 즐거워, 내 글감 안 끊기게 계속 그렇게 헛소리 해주라 좀, 어엌ㅋㅋㅋ.


글을 쓰거나, 책을 내고자 하는 분들 중에서는 강박적으로 좋은 글이나 좋은 책만 찾아 읽으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가끔은 아주 나쁜 글, 아주 엉망으로 쓰인 책을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엉망으로 쓰인 글과 책을 보면서 타산지석, 반면교사, 나는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 하고 배울 수 있거든요. 정말 엉망으로 쓰인 책을 보면서, '이야... 진짜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 하는 마음이 작가가 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논리가 빈약한 글을 보면서 반박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면서 자연스레 비판의식의 생겨나기도 할 테고요.


작가 지망생 가득한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는 이런 점이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서로서로 너무 우쭈쭈 해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달까요. 물론 글을 쓸 때에 누군가의 호응과 응원을 받는 일은 굉장한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습관이 되고 인정에만 매몰되어, 엉망으로 쓰인 글을 두고서도 우쭈쭈가 과해지다 보면 결국은 끼리끼리 자화자찬 글쓰기만 되고 말 거예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무조건 순응하기보다는,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건 팩트가 잘못된 거 같은데, 내 생각은 이렇지 않은데, 너 뭐 돼? 하고서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나의 글쓰기는 점점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엉터리 글쓰기 강사의 글이 그런 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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