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영화 애니 홀(Annie Hall)에서는 우디 앨런의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Those who can’t do, teach. And those who can’t teach, teach gym."
자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남을 가르치는 법이지. 남을 가르칠 능력조차 안 되는 사람은 체육을 가르치는 법이고.
우디 앨런의 이 명대사는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편집가가 하는 일>에서 작가 베치 러너가 편집자란 혹시 실패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누군가의 지적을 언급하며 다시금 소환되기도 한다.
모든 편집자가 작가를 꿈꾸다가 직업적 선회를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런 식으로 직업을 둘러싼 오해는 여기저기에서 일어난다. 가장 대표적인 게 평론가라는 직업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리스너들이 뮤지션을 꿈꾸다 실패한 자들이 음악 평론을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나는 반세기 가까이 된 우디 앨런의 이 조크가 시대 상황을 고려해도 무척이나 고약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전 세계의 체육 선생님들이나 헬스 트레이너, PT 코치들이 지금이라도 이 농담을 접하게 된다면 당장 우디 앨런의 작품들을 불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다만 앞줄의 '자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남을 가르치는 법이지'는 여전히 일정 부분 유효한 라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무엇보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몇몇 이들을 볼 때 그렇다.
자기 글을 쓰지 못하는 이들이 대체로 남들을 가르치려 든다. 그러다가 그게 직업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물론 꾸준히 자기 글을 잘 쓰면서, 간헐적으로 다른 이들의 글쓰기를 가르치는 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야말로 희귀종이라 소수에 불과하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각자 생각하는 '작가'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내가 '작가'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글 쓰는 시간도 부족해서 남들 가르칠 여력이 없는 이들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이 지역 동네 서점이나 원데이클래스로 수업을 여는 일이 있다. 누군가 글쓰기 수업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필히 이런 '작가'들에게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전자책, POD, 자비출판 등 아무런 검증이 되지 않은 책을 내고서 스스로 작가랍시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들은 글쓰기의 실체를 끄집어내지 못하고 대개 관념적인 이야기만 실컷 떠들고 말 테니까.
우디 앨런의 농담은 고약하지만, 일정 부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서 얼굴이 붉어지는 글쓰기 강사가 있다면... 우디 앨런 공식 홈페이지 알려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