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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문신과도 같아서...

by 이경




문신을 한 사람은 자기가 양아치가 아니라는 것을 평생 증명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틀리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말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그만큼 몸에 평생 남는 무언가를 새기기 위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어느 책에도 썼지만 글쓰기, 특히 책을 쓰는 일은 문신과도 같다. 온라인에 쓰는 글이야 비교적 쉽게 쓰고 고치고 지울 수 있지만, 책으로 만들어진 글은 어지간해서는 수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책 쓰기가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잘못 쓰인 글이 평생 글쓴이를 괴롭힐 수도 있다. 어디 책뿐이랴. 뮤지션들의 녹음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래퍼 키비가 2004년에 발표한 정규 1집에는 <3장의 편지>라는 곡이 있다. 에미넴(Eminem)의 그 유명한 트랙 <Stan>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텔링의 곡인데,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가사 실수가 나와서 래퍼 키비에게는 흑역사 같은 곡이 되기도 했다. 곡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누나, 어제 형부에게 연락이 왔어."


누나와 형부라니. 키비는 누나의 남편을 일컫는 '매형'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자리에, 언니의 남편을 뜻하는 '형부'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2004년에 발표된 곡이었으니 83년생인 키비가 스무 살 언저리에 쓴 가사였을 것이다. 스무 살이면 형부와 매형이 헷갈릴 수도 있지. 다만 녹음할 때 엔지니어 등 몇몇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간이 있었을 텐데, 그때 이런 실수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을 쓰거나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에 별다른 자격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선무당 같은 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문신처럼 써놓았던 글들로 평생 스스로를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젊은 날 그저 '작가'라는 호칭을 얻고 싶다는 열망이 지나친 나머지 무료로 출판해 준다는 전자책 사이트에 혹하여, 1500원짜리(15,000원이 아니다...), 그것도 87프로 할인해서 200원에 판매되던 전자책을 낸 사람이 훗날 글쓰기 강사가 되어 수강생들에게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역량"을 운운한다면 조금 웃긴 일이 아닐까.

만약 이런 글쓰기 강사가 있다면 수강생들은 아마도, "아니 선생님은 그러면 책 한 권 쓸 수 있는 역량이 있어서 1,500원짜리 전자책을 내셨어요?" 하고 되묻지는 않을까?


글쓰기, 특히 책 쓰기는 문신과도 같다. 내가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자비출판이나 POD로 책을 내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모두 문신처럼 나의 글쓰기 커리어에 남기 때문이다. 자비출판 POD 모두 편집자 단 한 사람 설득시키지 못한 출판의 결과물 아닌가. 내가 애정을 쏟아부어 만든 책이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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