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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브랜딩하기...?

by 이경



여기 자기계발서에 빠져사는 어리석은 중생 하나가 있다. 그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 유명 자기계발서를 보았더니 끌어당김의 법칙인지, 밀고당기기 법칙인지, 밀지 말고 반드시 당기세요 법칙인지, 아무튼, 하여튼, 여하튼, 뼈튼튼 자기 이름 뒤에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서 말하는 버릇을 들이면 훗날 꼭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그렇게 실행한 자가 있다.


자기 이름 뒤에는, 저 OOO 작가,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중대장이야, 뭐야...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면서 말하는 부류가 몇몇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대장이 있다. 예) "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그렇게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는 것에 일말의 양심이 찔려서인지 그는 책까지 내기로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출판사 편집자를 설득시킬 필력은 없었던 것.


결국 개나소나말이나양이나메뚜기나사마귀나고릴라나원숭이나벼멸구나개미핥기나 정말 누구나 낼 수 있는 전자책을 내고서,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자비출판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걸까?


안타깝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그렇게 만들어지진 않는 것 같다. 스스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나는 작가야 하는 마인드와 정체성을 가지고서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저 스스로, 저 OOO 작가가...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호랑이가 저 스스로, 어흥! 나는 호랑이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호랑이 호랑이 불러주니까 호랑이가 되었듯이, 작가 역시 그런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괜찮은 책을 꾸준히 낸다면 사람들은, 아이고오, 저를 작가라고 부르지 말아주십시오오오, 해도 작가님 작가님 해줄 텐데, 작가 브랜딩이니 포지셔닝이니 지랄이니 하는 허황된 이론에 속아 저 스스로 그렇게 작가라고 불러봐야 그저 재수만 없어 보일 뿐.


브런치야 뭐 내부적으로 서로서로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을 쓴다지만, 브런치 외부에서 글 쓸 때마다... 저 OOO 작가는... 하면서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저 사람은 자존감이 되게 낮은 사람인가? 라고 생각해도 된다. 작가라는 호칭을 아무리 자칭으로 떠들어봐야 진짜 작가가 될 리가...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며 그렇게 불리길 바라는 사람은 김춘수의 <꽃>이 왜 사랑받는 작품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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