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지양하는 것들

by 이경



저에겐 글을 쓰며 경계해 온 몇 가지가 있습니다. 자의식 과잉, 자만심, 지나친 우울, 망상과 허튼 기대. 글을 쓰다 이런 것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 정신을 차리고 싹둑싹둑 싹을 잘라냅니다.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난생처음 내 책 中에서>



책에도 썼지만 글을 쓰며 늘 경계해 온 것들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보며 좀 별로라고 느낄 때의 대부분은 이런 성질들이 발현됐을 때인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조심한다고 해서 이런 것들이 생겨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글을 쓸 때 늘 염두에 둔다면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여긴다. 비단 내 이야기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 누구라도 이런 것들을 지양한다면 좋지 않을까.


특히나 '자의식 과잉'은 글을 쓸 때 정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만심이나 우울, 망상 같은 것들은 어느 정도 조절한다면 외려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의식 과잉은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글을 쓰는 이들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글 속에 나를 파묻기 시작하면 마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특히 많은 이들이 원고 뭉치를 만들어 출판사에 투고를 할 때 자의식 과잉에 빠지는 듯하다. 나에게 닥친 상황이 굉장히 특별하고, 유별나다고 여기며, 편집자는 내 글을 좋아해 줄 것이며, 내 글은 반드시 책으로 나와야 한다는 착각.


경험상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뜨거운 가슴을 지녔을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차가운 머리를 지니고 있다. 내가 불치병에 걸렸거나, 이혼을 했거나, 갑자기 쫄딱 망했거나 등등 내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태풍 같은 일들도, 편집자들이 보았을 때 그 글이 책으로써의 상품가치가 없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낱 바람에 불과하다.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서, 자의식 과잉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살면서 이렇다 할 좌우명을 두고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 생활의 신조가 있다면 '기대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자.'이다. 모든 실망은 기대에서 나오는 법이므로.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기대들이 생겨나는 게 너무 큰 문제이긴 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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