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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21. 2024

나쁘게 말하기

인성이 좋으면 좋은 작가가 되는가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관상 좀 보게 사진을 보내달라던 편집자와 신인 작가에게 1쇄 인세는 줄 수 없다던 미친 사람.(둘은 동일 인물이다) 1500만 원이 넘는 돈으로 수강생을 모으고는 자비출판과 다름없는 책을 내주는 책쓰기 협회와 그런 수업을 듣는 사람들. 공모전을 열고서는 상금은커녕 등단비를 요구하는 등단장사 문예지와 그런 곳에 글을 보내는 사람들. 또 이곳 브런치만 하더라도 그저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올라오는 모든 글에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고 보는 정신 나간 라이킷 빌런들. 또 그 사실을 마치 자랑인양 써놓은 사람들. 우웩.


근데 이런 사람들은 다들 이상하긴 하지만 삶은 늘 제밥그릇 챙기기 싸움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돈 벌고 구독자 모으고 책 내려면 그렇게들 해야지. 물론 이해할 수 있다는 거지, 그들이 옳다는 건 아니다. 내 기준에 그들은 여전히 이상하고 몰상식하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도 순전히 내 기준에서 그런 것일뿐더러, 글쓰기 강사 a에 비하면 훨씬 나은 것처럼 보인다. 내가 글을 쓰면서 본 제일 이상한 사람이라면, 단연 압도적으로 글쓰기 강사 a인데, a라는 인간이 얼마나 이상 요상 괴상한지 위에 언급한 이들이 모두 이해 가능한 범주에 속할 지경이랄까. 내가 앞으로 글을 쓰고 살면서 글쓰기 강사 a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a는 입만 열면(글만 쓰면) 구린내 풀풀 나는 구라와 내로남불을 일삼는데 정말이지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지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 해도 미천한 나의 머리로는 불가불가.


그러니까 a의 글과 행동거지를 보고 있노라면 사고방식이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유치뽕짝 말 바꾸기가 아주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 가령 작가인 자신에게 악플이 아닌 공개적인 비판이 올라온다면 생산적인 티키타카가 가능하다고 자신만만 그럴싸하게 말해놓고 막상 누군가 비판을 하면 악플러로 치부하며 차단을 하는 식이다. 쯔쯔. 쯔쯔쯔쯔. 쯔쯔쯔쯔쯔쯔쯔.


무려 글쓰기 강사라는 그가 쓰는 글은 짧든 길든 대체로 논리가 개똥망인데, 그의 글쓰기 세계에서는 아예 논리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고, 그 어떤 모순이 일어나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하다 싶은 건 모두 자신에게 갖다 붙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의 사각 트렁크를 입은 것처럼 헐렁헐렁 구멍이 슝슝난 느낌이라 보고 있으면 어찌나 민망하고 어색하고 불편한지.


그가 글쓰기와 관련하여 말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구멍 슝슝 개똥망인데, 최근에는 뭐라더라.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인성이 안 좋으면 소용이 없다던가. 나는 진짜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건지... 자기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주는 주장이 아닌가 싶은 거지.


물론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반대로 글을 쓰다 보면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글이란 대체로 생각을 정제한 결과물이니까. 다만 인성과 작가가 되는 데의 인과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다. 애초에 '인성'이라는 게 상대적이고 정립하기 모호한 것 아닌가.


만약 a의 말처럼 인성이 좋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껏 읽고 느끼고 있는 수많은 고전과 현대 문인들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몇몇 사람만 말해볼까.

<율리시스>, <더블린 사람들>을 쓴 제임스 조이스는 씹변태 같은 사람이었고, 토마스 만은 거만하고 독선적이었으며, 헤밍웨이는 인성 파탄난 마초였다.


시대의 문인이었던 이문열이 젊은 평론가 진중권을 대했던 태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다.


글을 잘 써도 인성이 안 좋으면 소용이 없나?

인성이 좋아야 좋은 작가가 되는 걸까? 그럴 리가 있나. 글쓰기 강사 a는 도대체 어느 환상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걸까?

물론 시대는 점차 작가의 도덕성을 중요시하게 여기게 되었다. 한때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을 기대케 했다가 이제는 거의 퇴출되었다시피 한 시인 고은이 그 예가 될 테고.


그럼에도 그저 인성이 좋기만 한 사람보다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며 비판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좋은 작가가 될 확률이 여전히 높지 않을까?


한편 글쓰기 강사 a는 수강생들에게 작가 '김훈'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a 생각에는 김훈의 인성이 훌륭하다는 배경이 깔려있는 걸까? 응?


김훈은 한국 사람 반절 정도는 '악마'라고 생각하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기사를 썼던 사람이다. 페미니즘을 가리켜서는 '못된 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혹은 현재도) 누군가에게 김훈의 인성은 분명 문제 삼을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훈의 인성과는 별개로 그가 쓰는 문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쓰기 강사 a의 논리는 보통 이런 식의 자승자박 오류를 보인다. 그가 말하는 각각의 주장을 따로 놓고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하나로 모아놓고 보면 주장과 주장이 또 의견과 의견이 서로 부딪혀 수선 불가한 거대한 모순 덩어리의 개똥망이 되는 거지.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인성이 나쁘면 소용없다고 말하는 그가, 정작 수강생들에겐 김훈의 글을 추천하는 걸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글쓰기 강사 a는 글을 쓰면 쓸수록 스스로 그의 밑천이 얼마나 얕은지 드러내게 될 것이다. 글쓰기 강사라며, 글쓰기 코치라며, 글쓰기 선생이라며 어깨에 힘 잔뜩 넣고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 십분 알겠으나, 제발 이것저것 쉽게 쉽게 정의 내리며 자신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말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책 좀 더 읽고, 공부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아아아? 응?


그렇다고 이 글이 인성 개차반이어도 글만 잘 쓰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곤란하다. 인성이란, 글쓰기와는 상관없이 사람이 사람답게 려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예민한 작가들은 그게 좀 어려운 거고.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의 작품에 별점 테러를 하고 다니는 a가 수강생을 상대로 인성 운운하는 게 그저 코미디라서 한마디 더해본 것뿐. 내로남불 글쓰기 강사 a는 개그 콘서트도 부활한 마당에 글쓰기 강사그만두고 코미디언 시험을 한번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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