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후기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by 이경



책을 내다보면 이런저런 분들이 독후감이랄지, 서평이랄지, 한줄평이랄지, 감상문 등을 남겨 주시는데,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리뷰라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읽어주신 한 독자님의 글이었다. 사실 이분은 내가 쓴 책 다섯 종을 모두 읽어주신 분이기도 해서 나에 대해 조금 더 잘 아시는 거 같기도 하고.


다음은 그분이 예전에 써주신 후기 글, 허락받고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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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어느 날. 이경 작가의 <작가님? 작가님!>을 읽다가 문득, 그가 첫 책으로 내고 싶었다던 음악 에세이가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읽었던 그의 모든 책에는 음악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는데, 그 짧은 대목에서도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나. 글쓰기 플랫폼에 찾아가 글을 읽기 시작한 게. 첫 꼭지를 읽고 나는 작가님께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음악 에세이는 이렇게 쓰는 거군요? 라고. 총 15꼭지의 글이 있었는데 한 번에 읽는 게 아까워 하루에 한 꼭지씩 읽으며 그렇게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누군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음악이 나를 그때 그 장면으로 데려다 놓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음악은 장소, 어떤 음악은 사람, 어떤 음악은 기분, 어떤 음악은 이 모든 것들을 선명하게 재생시킨다. 그리고 그건 음악만이 가진 힘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경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자주 심야 라디오를 듣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당시 가장 즐겨 듣던 방송은 유희열의 <FM 음악 도시>.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던 음도 시민, 내가 그중 한 명이었다. 또래에 비해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건 모두 희열옹 덕분이다.

10대 때 30대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음악 취향은 약간 올드했고, 많이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대중적인 건 아니어서 살면서 좀 외로웠다고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 이해시키는 일도 쉽지 않았고, 그건 강요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고부터는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는 게 편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할 땐 늘 음악의 힘을 빌리곤 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선물하거나 정성을 들이기도 하고. 마치 DJ가 된 기분으로 좋아하는 곡을 고르고 골라 CD로 구워서는.

얼마 전 서랍 정리를 하다 그렇게 선물했던 CD 한 장을 발견했다. 1번 트랙이 윤건 <Piano Noctune> 이었던 걸 보면 나는 인트로부터 꽤나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다음 곡은 Brian McKnight의.. 아무튼 혼자만 듣던 음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일은 나에게 아주 의미 있는 행위였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음악을 들을 기회가 줄어들고 그 많던 열정과 애정도 사그라들던 찰나, 이경 작가의 글을 읽게 됐고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내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곡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드디어 이경 작가의 음악 에세이가 출간됐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라는 제목을 달고. ‘드디어’라고 표현한 건 작가가 첫 책으로 준비했던 음악 에세이가 다섯 번째 책이 되어 5년 만에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김동률 <2년 만에>, 우효 <Teddy Bear Rises>, Bebe Winans <Love Thang>에 담긴 글을 읽으며 같은 음악에도 이렇게 다른 추억이 묻어 있다는 걸 느꼈고, Adele <When We Were Young>을 들으면서는 나도 한때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추천곡들 중 가장 낯설었던 곡은 정혜선의 <오, 왠지>였는데, 나 같은 독자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지 다른 꼭지보다 가수를 설명하는 글의 분량이 많았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글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송창식 <밤 눈>이라 생각한다. 처음 글을 읽고 <밤 눈>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도 이 곡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는.


밤의 밑바닥을 하얗게 만든, 아름다운 밤 눈.


이 책의 매력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점이다. 몰랐던 곡을 알게 되는 것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잠시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듣느라 읽는 속도가 더뎌질 수는 있지만.


이경 작가의 글은 담담하면서 담백하다. 여린 듯 강하고, 부드러우면서 힘이 있다. 내가 아는 한 울지 않고 울음에 대해 말하는 법, 웃지 않고 웃음에 대해 말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작가다. 내공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독자에게 매번 글이 술술 읽힌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그만큼 글의 균형이 잘 잡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게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점이기도 하다.


이경 작가가 가진 감성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특히 우울한 음악을 즐겨 들었던 나는 그의 디폴트 값이 우울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미안하지만 독자로서는 그가 우울한 감정일 때 써 내려간 글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감성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들었던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나와 다른 점이라면 음악을 듣는 깊이가 다르다는 것. 그래서 그가 음악 평론을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경 작가가 가진 강점과 장점이 모두 담겨 있다는 말이다.


나는 가끔 그가 글을 쓸 때 키보드 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이진 않을까 상상한다. 글에서 리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글이 내게는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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