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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03. 2024

출렁다리에서 출렁출렁




어제는 파주 마장호수에 가보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슨 구라파인 줄. 사진 올려놓고 여기가 구라파 스위스입니다 해도 속을 것 같은 날씨와 장소였다 이겁니다. 마장호수 한 바퀴 도는데 말로만 듣던 출렁다리가 있어서 건너보았다 이거예요. 출렁출렁. 하늘이시여, 지금 출렁이는 것은 다리입니까, 제 마음입니까... 출렁다리에서 출렁이는 것은 틀림없이 어김없이 영락없이 다리였던 것입니다. 출렁출렁. 생각보다 엄청 흔들림. 다리 중간쯤에 가서는 또 바닥을 투명 강화유리로 해놔가지고 고소공포 + 물공포 있는 사람들은 다리 한가운데에서 대략난감하겠다 싶습니다.





후덜덜덜 떨리던 다리를 붙잡고 다리를 다 건너고서 출구로 빠져나가는데 옆라인 입구 쪽에서 한 커플이 길을 가로막고 사진을 찍어댑니다. 딱 보니까능 인서타걸께서 손가락은 V를 만들어 하늘 향해 뻗으시고는 찡그린 눈으로 웃음을 지으시며...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에게 사진 찍으라고 시키는데... 찍사 오다가 내려진 남성에겐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 것인지...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하며 주춤주춤 멈칫멈칫 어리바리하고 있으니, 인스타걸께서 "그냥 찍어, 빨리 찍어" 하면서 기어코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말겠다 하는 의지를 보이고 계시더라아아아... 하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입구 쪽에서 오도가도 못하던 영감님들도 군소리 없이 기다려주시던데 날씨 더웠으면 여기저기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았을까아아 싶고,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니 여행 가서 여자친구 사진 찍어주는 남자들 너무 불쌍함... 사진은 사진대로 찍어주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욕먹고, 그렇게 욕먹으면서 사진 찍어주면 사진 더럽게 못 찍는다고 또 욕먹고... 울 와이프는 이제 내가 사진 엉망으로 찍어주는 거 알고서 몇 년 전부터 사진 오다를 내리지 않는다능... 사진 오다가 없으니까능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하다... 아... 제가 지금 무슨 말을...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뼈튼튼 마장호수 출렁다리 너무 좋던데영? 마장호수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근처 카페에도 들러봤는데, 여기가 허경영 하늘궁 근처라고... 실제로 카페 옆 잔디밭을 허경영 하늘궁에서 관리하는 거 같던데... 잔디 관리 깨쩜... 최근에 본 잔디밭 중에 잔디 관리 제일 잘 되어있는 듯... 어느 정도냐면... 들어가서 굴러도 그 어떤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싱싱한 잔디밭이었다아아아... 하는... 다시 봤다 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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