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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y 28. 2024

작가의 오만가지 감정을 그려놓은 책



지난 주말, 리뉴얼 작업을 마친 홍대 AK플라자 애니메이트에 들렀다. 리뉴얼 전과 비교하면, 책 파트와 굿즈 파트가 완전히 뒤바뀌었는데 한마디로 책이 부쩍 줄었고, 굿즈가 많이 늘어나버린 느낌. 책 보다 굿즈를 파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면서... 몇몇 만화책을 들고 왔는데 그중 하나가 <동인녀의 감정>이라는 책이다.



대략적인 책의 내용을 보자면.



천재 글러를 둘러싼 창작자들의 갈등을 그린 연작이라니. 표지에 이런 표어가 있다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3권까지 나온 거 같은데 대체 어떤 이야기가 실렸을까 하는 호기심에 1권만 사 와서 보았다. 근데 이게 너무 재밌는 거지. 특히나 글을 쓰는 사람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너무나 공감하면서 있을 듯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그야말로 글쟁이들이 글을 쓰며 보고 느낄 있는 오만가지 감정을 녹여낸 작품이랄까.


다른 작가를 향한 찬양과 경배, 부러움, 시기, 질투와 이까짓 거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는 마음과 글 따위 쓰면 뭐 하겠노 하는 마음. 나도 잘 쓸 수 있어! 하는 마음과 다음날 읽어보면 너무나 구려서 부끄러워지고 마는 마음까지.



몇몇 짤만 들여다보자면.

작가에게 맞팔이 오지 않았다고 활짝 웃고 있지만, 어쩐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닌 모습.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을 때, 내가 쓰면 되잖아, 하고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마음.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고서 페어에 나가서는 책이 전혀 팔리지 않는 현실에 주저앉아 좌절하는 모습.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다가도, 이대로 끝나서야 되겠는가 하면서 다시 키보드 앞에 앉게 되는 마음.


전날 썼던 글이 너무나 훌륭했지만, 자고 일어나서 읽었더니 어쩐지 너무나 후지고 구려서 당장에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쓸 의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 나는 요즘 들어 이런 마음이 많이 든다. 나도 재밌고, 독자도 재밌으면 좋겠다고 쓰기 시작한 글인데, 어째서인지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무엇보다 한때는 애틋했던 이들과 척을 지게 되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글을 계속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달까. 그렇다고, 이제 글 안 써! 뭐 이런 건 아니지만.


여하튼 <동인녀의 감정>은 창작자를 (특히 글쟁이를) 묘하게 웃기고 울리는 구석이 있는 만화여서, 쓰고 싶어, 쓰고 싶지 않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2권, 3권도 봐야지.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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