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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01. 2024

브런치에서 네 번째 차단을 당했다




며칠 전 브런치의 한 유저에게 차단을 당했다. 이번이 네 번째다. 내가 알기로만 네 번째이니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차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차단당했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의 글을 읽지 못하거나 하는 그런 강력한 제재는 아니고, 그저 좋아요를 못 누르고 댓글을 달지 못할 뿐이다. 나로서는 좋아요를 누를 일 없는 계정이고, 평소에도 댓글은 잘 달지 않으니 차단이라고 해봐야 기분만 좀 나쁠 뿐이다. 


앞서 나를 차단한 두 사람은 무지성으로 라이킷을 눌러대는, 라이킷 빌런들이었다. 남의 글을 읽지도 않고 올라오는 글에 무작정 좋아요를 눌러대며 자신의 계정을 알리려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게시글을 통해 라이킷빌런에 대해 몇 차례 불만을 호소했고 당사자가 글을 본다면 나에게 반박하거나 사과를 할 줄 알았다. 돌아오는 것은 반박도 사과도 아닌 차단이었다.


나를 세 번째로 차단한 사람은 글쓰기 강사였다. 링크트리에서 커피 쿠폰으로 응원해 달라는 모습이나 출판사를 운영하지도 않으면서 프로필에 출판사 대표라고 써놓은 게 이상하다고 했더니, 그게 왜 이상하냐며 나를 차단하고서는 내 책에 별점 테러를 하고 갔다. 평소 수강생들에게 악플을 달아선 안된다고 가르치던 사람이 별점 테러를 한 모습에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느낌이었다. 그 후 그의 링크트리에서는 커피 쿠폰 응원 목록이 사라졌고, 프로필에서는 출판사 대표라는 직책이 사라졌다. 이럴 거면 나한테 차단이 아니라 컨설팅 비용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며칠 전 나를 차단한 사람은 감정기복이 몹시 심한 사람이었다. 다른 SNS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나를 구독했다가, 나를 미워했다가, 또 갑자기 나에게 사과를 하며 좋은 사람 같으니 친하게 지내고 싶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브런치에서도 나를 차단한 것이다. 도대체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인터넷을 하면서 감히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번에 만난 이의 감정기복은 정말이지 한 치 앞도 예측이 불가했다. 나에게 분명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차단이라니.


나는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볼 수 있을까 싶어 그가 쓴 글을 몇 편 읽어보았다. 몇 번이나 죽으려는 시도를 했었네. 중증의 우울증에, 공황장애도 있고. 직장에선 상사에게 폭언과 성희롱까지 당했다고. 그가 쓴 몇 편의 글을 읽고서야 나는 그의 널뛰던 감정의 폭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 닥친 일이 조금 짜증이 나긴 해도, 내가 어설픈 대화를 통해 뭘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겠구나.


브런치에서 네 번째 차단을 당하면서 이곳에서 나만큼이나 차단을 많이 당한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의 유저들은 대체로 유유하고 서로가 화기애애하며 선(善)으로만 가득한 사람들 같다. 브런치에서 악플을 달았다는 사람들을 봐도 대부분은 브런치 유저가 아닌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로 보인다. 


브런치를 하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싫어하진 않더라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이상한걸 이상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호전적이고 비호감인 사람이 되었을까. 나도 그냥 마음 편하게 읽지도 않은 글에 좋아요를 눌러대고, 별 고민 없이 하하호호 글 잘 쓰시네요 같은 댓글을 달며 글쓰기보다 친목질을 우선해도 좋았을 텐데.


그러다 어제 잠들기 전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갈등이 있는 게 좋아? 갈등이 없는 게 좋아?" 속으로는 '갈등! 갈등! 궁극적으로는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거라고! 갈등이 있는 게 좋아!' 하는 마음이었지만, 선한 아빠 코스프레 한다고 "갈등이 없는 게 좋지." 해버렸다. 그랬더니 아이는, "선생님이 그러는데 갈등이 있는 게 더 좋은 거래."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 초등학교에서도 갈등이 있는 낫다고 알려주는구나. 아이의 물음과 답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는 갈등이 없는 곳이며, 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차단을 당한 나는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 같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도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지 싶다. 그것이 나만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다른 이들도 보편적으로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글을 통해 물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게 느껴지는 일이 조금 서글프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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