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 3시쯤 한 출판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최근 출판사에 투고를 한 것도 아닌데 무슨 내용일까 싶어, 제목을 보았더니 '협업 제안' 메일이란다. 혹시나 브런치를 통한 제안 메일인가 보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고 출판사에서 직접 보내온 메일이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대충의 내용은 이랬다.
나에게 공저 책의 코칭 작가가 되어달라고. 사람들에게 글쓰기, 책쓰기를 가르치고 원고를 받으면 피드백을 해주고서 공저책을 내는 프로젝트라고. 돈도 줄 것이며, 강의실도 무료로 사용케 해주겠다고. 메일 내용과 함께 첨부 파일에는 20페이지가 넘는 회사소개서가 있었다.
메일을 읽고서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평소 작가 지망생들에게 하지 말라는 몇몇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자비출판사의 공저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만약 내가 쓴 글이나 책을 좀 제대로 읽어보았더라면 절대 나에게는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메일을 보낸 담당자께서 피아식별에 실패한 것이 아니었을까.
여하튼 이 기회에 공저책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어서 좋았다. 공저책 코칭 작가라니. 제안받은 사람 입장으로는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가르쳐댈 수 있으며 마음껏 아는 척 잘난 척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게다가 적지 않는 돈까지 준다고 하니. 아마 직장인처럼 고정 수입이 없는 작가라면 누구나 혹할 수 있는 조건이지 싶다.
예전에 이런저런 공저책 프로그램에서 코칭 작가의 약력을 살펴본 적이 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나 소설가도 있었다. 다만 개중에는 단 한종의 책도 출판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아직은 더 공부하고 자기 글을 써야 할 사람들이었다.
앤디 워홀이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듯이.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기 글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남을 가르치곤 한다.
나는 남을 가르치는 일도 싫고, 자비출판으로 내는 공저책 프로그램도 여전히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