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낡은 사진첩을 넘기며 다시 살아나는 나

오래된 사진 속 젊은 나를 바라보는 두근거림과 애잔함이 깨우는 감성 치유

by 까칠한 한량

서랍 깊숙이 묻어둔 사진첩을 꺼내 펼치는 날이 있다.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척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먼저 오래된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사진을 넘기는 순간,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젊은 날의 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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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는 가볍고, 표정은 밝고, 눈빛엔 세상의 버거움이 아직 스치지 않았던 시절.

그 사진을 바라보며 중년의 나는 잠시 멈칫한다.

“저 사람은… 정말 나였나?”

두근거림과 애잔함이 뒤섞인 감정이 천천히 올라온다.

사진 속 나는 말보다 표정으로 먼저 마음을 드러내던 시절이었다.
어설프지만 솔직했고, 부끄럽지만 당당했으며,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다.
사랑도, 꿈도, 실패도 아직은 맛보기 정도의 크기였던 시절.

그 시절의 나를 보며 이제야 안다.
그 솔직함이 내 젊음의 힘이었음을.

오래된 사진은 상처도 함께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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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서툴렀던 순간들,
감정에 휘둘려 나를 다치게 했던 밤들,
버텨내느라 애썼던 시절까지.

그런데 사진 속 나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이렇게 말하게 된다.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그때도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붙였네.”


사진은 상처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

사진 속 나를 바라보며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좋아진다는 것을.

젊은 나의 웃음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너만 모르는 거지. 사실 너는 잘하고 있어.”


그 말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믿고 싶어지는 것이
중년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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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내가 잊어버렸던 취향,
내가 좋아했던 색,
내가 닮고 싶어했던 모습들이 스르르 다시 떠오른다.


그때 비로소 사진첩이 과거의 저장고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작은 문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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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아직 끝난 사람 아니지.”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구나.”


일렁이는 감정들이
새로운 꿈의 작은 씨앗이 되어
가만히 가슴 어딘가에 안착된다.

사진첩을 덮을 때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따뜻하고 묵직하다.

그 감정은 회상도 아니고 후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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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자신을 다시 세우는 힘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사진첩을 덮으며 마음속으로 말한다.


“그때의 나야, 고맙다.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말한다.


“괜찮아. 예전과 달라도 좋아. 너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시작할 수 있어.”


중년의 치유는 이렇게 시작된다.
과거를 용서하고, 현재를 인정하며,
내일로 향하는 작은 용기를 다시 얻는 것.


낡은 사진 속 내 얼굴은
결국 이렇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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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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