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던 시간이 움직이던 날
우리는 오랜 친구였다.
연애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농담을 건네며
그냥 편한 사람으로 오래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별 뜻 없이 걸었던 전화 한 통이
멈춰 있던 시간을 아주 조금 움직였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하루를 기점으로 우리의 거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밥 한 끼로 시작된 재회는
금세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이어졌고,
그 웃음은 오랜 시간 묻어둔 설렘을 다시 깨웠다.
친구였을 뿐인 우리는,
조용히 연인의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오십을 넘긴 나이에
사랑을 다시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사랑은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깊었다.
이제 내 여행의 목적지는
차창 밖의 풍경이 아니라
조수석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웃음이다.
그 웃음이 방향을 정해주고,
길의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