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서 더 그리운, 그 맛의 온도
즉석 떡볶이

단맛도 맵지도 않게, 기억 속 그 맛. 즉석떡볶이 맛. 또오겠지 본점

by 까칠한 한량

그날은 볕이 좋았다.
이상하게 떡볶이가 당기던 날이었다.
투덜여사와 함께, 오래된 버릇처럼 발길을 홍대로 돌렸다.

한때 그렇게도 좋아하던 즉석떡볶이.

신당동 골목의 불향 나는 검은 냄비안의 떡볶이,

강남 은광여고 앞의 정겨운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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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동 할머니의 정겨운 말과 좁은 가게안의 낡은 철제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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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동 시장통에 묻어 있던 달콤 매콤한 매운 떡볶이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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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이제는 그 맛을 못 찾겠더라.

맛이 바뀌었는지, 내가 바뀐 건지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게 꼭 사람뿐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또보겠지라는 이상한 이름의 떡볶이집을 알게 되었다.
또보겠지 깐다비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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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도 낯설고,
낯설지만 어딘가 정든 이름이었다.

가게 앞은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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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포스터, 만화 속 캐릭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오래 바라볼만한 진열장.

안으로 들어서니,
내 어린 시절 문방구 냄새와 마주 앉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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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 떡볶이 2인분,
그리고 버터갈릭 감자튀김,
마지막으로 볶음밥까지.

입맛을 열고, 기억을 풀고,
마지막엔 무언가 채우는 코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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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국물엔 깻잎이 한 줌 넉넉히 떠 있었다.
매운내는 덜했고, 달큰한 향이 먼저 밀려왔다.
국물은 다행히 조미료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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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야 비로소 맛을 다 보여주는 그런 국물.
투덜 여사가 조심스레 국물 한 숟갈 떠먹더니,
눈썹 끝을 스르르 풀며 말했다.

“아… 맛있네.”




서로 말없이 떡볶이를 먹고 마늘향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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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싸름한 감자 튀김을 먹으며, 국물에 밥을 적시며
우리는 꽤 오래, 그 자리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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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은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고
버터와 마늘의 향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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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늘장아찌를 튀겨 단맛을 우려낸 것처럼.
국물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자체로 작은 요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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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은 마무리였다.
치직 소리 나는 팬에 눌려 나왔다.
누룽지가 되어가는 밥을 긁어 한입 넣었을 때,

남은 국물에 밥을 얹고 입에 한가득 넣었을 때,
오늘 하루가 딱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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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은,
딱 좋을 만큼의 기분.
먹는 일이 이렇게 온전할 수 있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다.


식사를 마치고
홍대 뒤편 골목길을 한참 걸었다.
해는 느리게 기울고 있었고
카페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입안에 남은 깻잎향과 감자 튀김의 여운이
서로를 충분히 이해시켜주었다.

세상에는 기억보다 오래가는 맛이 있고,
맛보다 오래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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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엔
‘또보겠지’라는 이름의 떡볶이집이 있었다.


또보겠지떡볶이집 깐따삐아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1길 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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