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침묵 속의 속삭임 — 사랑은 이제, 말보다 온도

젊은 열정보다 익숙한 온기의 깊이를 배우는 시간

by 까칠한 한량




50대가 되면, 사랑의 속도도 달라진다.
스무 살의 불꽃처럼 타오르진 않지만,
그 대신 오래도록 식지 않는 온기가 생긴다.


잠은 예전 같지 않고,
새벽마다 뒤척이며 마음은 예민해진다.
하루의 피로는 뼛속까지 스며들고,
그 피로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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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보다 침묵이 편해졌던 날들,
서로의 손을 피하던 순간들.
그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이 먼저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무슨…”
그 한마디에 감각을 접어둔 채
자연스러운 본능조차 부끄러워했던 우리.
하지만 욕망은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깊이 눌려 있을 뿐이다.


청춘의 사랑은 불꽃이었지만,
중년의 사랑은 온돌이다.
뜨겁진 않지만, 지속적이고 깊다.
한때는 격렬한 충동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서로의 등을 감싸주는 따뜻한 전기장판 같은 사랑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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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후의 성(性)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삶의 위안이자 애정의 재확인이다.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건,
결국 내 안의 허기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의 언어다.


존재감.

그것이 이 시기의 사랑이 전하려는 핵심이다.
사랑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조용히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닿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말보다 손길이 더 깊은 시절이다.
어깨를 토닥이는 손,
아침에 건네는 가벼운 입맞춤,
잠들기 전 살며시 손을 잡는 그 작은 순간들.


이 모든 닿는 습관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일깨운다.
스킨십은 말보다 솔직하고,
눈빛은 설명보다 따뜻하다.
만짐이 곧 마음의 언어가 되는 시대,
우리는 그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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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예쁜 상상 속의 누군가보다
지금 내 곁에서, 내 몸의 리듬과 호흡을 가장 잘 아는
그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낯선 자극의 설렘보다
오랜 세월 함께 맞춰온 손의 온기가
더 절묘하고 깊을 수 있다.


뜨겁고 긴장된 순간보다,
서로를 잘 아는 손끝의 부드러움이
더 진한 위로가 되는 나이.
그 익숙한 체온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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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은, 몸의 변화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용기는 나를 사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내 호흡과 심장을 느껴보는 일,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정성스럽게 크림을 바르는 일.
이 모든 것이 감각의 회복이며,
자기 존중의 의식이다.


좋은 음식, 충분한 잠,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은 배려.
그것이 50대의 최고의 전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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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예의다.
조금 더 낮은 조명,
조금 더 따뜻한 이불,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는 몸짓.
그 섬세한 태도가 관계의 온도를 높인다.


매일 피는 꽃은 없지만,
서로를 다시 어루만지려는 의지가 있다면
오래된 연인의 밤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중년의 사랑은 폭풍우 속의 돛단배가 아니다.
그것은 깊은 산속의 온천과 같다.
끓어오르지 않아도 좋다.
그 온기가 몸속 깊이 스며들어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온기는 말이 아니라, 닿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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