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산골에서 만난, 횡재한 한 끼 화전촌 촌닭집
요즘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아는 사장님들도 몇분 나오셔서 재미있개 보고있는데....
정말 다들 음식의 철학과 노력이 대단한것 같다....
미식(美食)이란 무엇일까.
혀를 강렬하게 찌르는 인위적인 감칠맛일까,
아니면 재료가 품고 있는 본연의 숨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일까.
어제 홍천에 다녀왔다...
닭볶음탕을 먹기위해 홍천까지..
사실 닭볶음탕만큼 전국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메뉴도 드물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 깊은 품에 안긴 이곳의 닭볶음탕은 그 궤를 많이 달리한다.
화전촌 촌닭집.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기보다,
조미료라는 문명의 편의와 타협하지 않는 어느 고집쟁이가 일궈놓은 정원에 가깝다.
다른 곳과는 맛의 궤를 달리하기에 비슷한 맛을 내는 곳들 중,
전국 최고의 집이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겠다.
비슷하게 한곳을 본적이 없기에 전국 최고다...
실지 닭볶음탕 집에서 자연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이토록 정직하게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단돈 4만 원으로 마주한 12첩 반상과 자연의 공력
둘이서 닭볶음탕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전화 예약 중,사장님은 흔쾌히 반 마리를 권하셨고,
단돈 4만 원에 마주한 상차림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자연이 만들고 사장님의 손길이 곁들여진 12가지의 훌륭한 찬들이 상을 가득 메운다.
특히 홍시를 넣어 만든 김치는 예술이다.
젓가락 끝에 살짝 묻어나는 홍시의 기분 좋은 끈적임이 배추의 결마다 배어 있다.
과육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니,
입안엔 자연이 선사하는 극강의 시원함이 머문다.
예전에 해남에서 맛보았던 해수 김치 이상의 범상치 않은 내공이다.
능이버섯 달인 물로 담근 달랑 무, 역시 가슴 속까지 뻥 뚫어주는 듯한 청량함이 일품이다.
서울의 상식과 산골의 순리가 충돌하는 지점
문득 수년 전 예전 강진에서의 기억이 스친다.
당시 육개장을 10첩 찬에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 김치를 사서 쓰느냐는 무식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반찬이 이렇게 많은데 사서 쓰는 것이 이익이고 당연한 서울 촌놈의 논리였다.
그때 주인아주머니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요 앞 밭에만 나가면 깔린 게 배추고 무인데 그걸 왜 돈 주고 사서 써요?"
홍천의 사장님 역시 그와 같으실것 같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자연에 널려 있는 것이 귀한 식재료인데
굳이 가공된 것을 들일 이유가 있겠냐는 무언의 대답.
사장님은 지금도 직접 산을 타며 귀한 능이를 채취하고,
새송이버섯을 손수 재배한다.
심지어 달걀마저 직접 키운 닭이 갓 낳은 것들이다.
사장님이 묵묵히 지켜온 것은 허투루 옆에 있던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신것같다.
서비스로 내어주신 직접 쑤신 호박죽 한 그릇까지,
이런 귀한 밥상을 마주했으니 그야말로 횡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압도적인 날것의 미학, 화전촌 닭볶음탕의 정수
드디어 마주한 주인공,
닭볶음탕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스불 위에서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코끝을 스치는 것은 자극적인 고추장 냄새가 아니다.
직접 채취한 능이버섯의 짙은 흙 내음과 참송이버섯의 우아한 향이
은은한 한방 약초 향과 섞여 올라오는데, 그 향기만으로도 이미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국물을 한 술 떠본다.
텁텁함이 전혀 없는 맑고 칼칼한 육수는 조미료의 기교 대신 재료의 정공법을 택했다.
고추장 없이 고춧가루로만 낸 국물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까지 개운하고,
뒤이어 버섯의 깊은 감칠맛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당연히 그 어떤 인공 조미료도 허락하지 않았다.
토종닭의 육질은 또 어떤가.
마당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답게 쫀쫀하게 씹히는 탄력이 발군이다.
아, 역시 닭이 다르구나를 단번에 알아채게 만드는 그 쫄깃한 식감은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을 내뱉는다.
여기에 포슬포슬한 강원도 감자는 국물을 잔뜩 머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깨지고,
아삭한 새송이버섯은 닭고기와는 또 다른 즐거운 식감 꼬들함을 선사한다.
국물이 졸아들수록 버섯과 닭의 기운이 응축되어, 마지막 한 점까지 감탄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정성 한 그릇으로 독소를 비우는 시간
밥도 찰밥을 넣고 검은깨를 넣어 보기만해도 침이 나오고,
밥 한 그릇에 밥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도 생겨 버린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1만원 주고 산 귀한 참송이버섯 한 봉지를 품에 안으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인공의 맛을 덧칠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처음엔 심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 안의 독소를 비우고,
자연의 시간이 빚은 진짜 옛날의 맛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홍천까지 달려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집스럽게 끓여낸 냄비 안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정직한 자연이 가득 차 있었다.
화전촌 촌닭집장소: 강원 홍천군 화촌면 가락재로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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