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세 공기를 비우고서야
깨달은 장의 삼합

장맛이 곧 길이다. 동촌 전주 돌솥 비빔밥

by 까칠한 한량

흔히들 "음식은 장맛이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그 본질을 오롯이 입증하는 곳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양평 용문산 자락에서 마주한 이 식당은

그 오래된 격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밥상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1.jpg


그리고 사실 제대로 된 돌솥밥을 내는 집을 찾기란 귀한 일이다.

밥알이 뭉개지지 않으면서도 속까지 투명하게 익어야 하는 그 미묘한 온도 조절.


개인적으로 무교동이나 수유리 정도에서나 기대하던 그 귀한 밥맛을 이곳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쌀이 기막히게 좋았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5.jpg


좋은 쌀은 장맛을 온전히 받아내는 완벽한 도화지가 되어준다.


식사를 마치자,

"아이고, 우리 집 밥이 그렇게 입에 잘 맞으시냐"며

사장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셨다.


내 앞에는 이미 비워진 돌솥 두 개와 공기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나를 폭식가로 만든 주범은 내가 이름 붙인 장의 삼합이었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1 (1).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2 (1).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6.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4.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9.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7.jpg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8.jpg


첫 숟가락을 적신 양념 간장은 그리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품어,

갓 지은 돌솥 밥에 슥 비비는 것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의 풍미를 소환했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03.jpg


두 번째 주인공인 고추장은 비빔밥에 최적화된 맵기와

기분 좋은 달큰함을 갖춰 나물들과의 조화를 주도했다.


여기에 구수하다 못해 진득한 시골 된장의 찌개가 곁들여지니,

맛의 삼중주가 완성됐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4.jpg


결국 맛의 성패는 장에서 갈린다.

좋은 쌀로 지은 뜨거운 밥이 장의 깊은 풍미를 일깨우고,

그 장맛이 다시 밥알 하나하나를 코팅하며 감칠맛을 폭발시킨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2.jpg


나물얹어 간장만으로도 밥알이 달게 느껴지는 이 경지 앞에서는,

비우기 위해 비빈다는 골동반. 즉 비빔밥이라 했다는 철학조차 무색해진다.

비우기는커녕 이 밥맛을 한 톨이라도 더 채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3.jpg


사장님의 경악 섞인 감탄을 뒤로하고 나는 비로소 완벽한 한 끼를 마쳤다.

양평의 찬 바람도 잊게 만든 것은 화려한 진미가 아니라,

장맛과 밥맛이 건네는 묵직하고 따뜻한 위로였다.


KakaoTalk_20251226_012350096_16.jpg


동촌 전주 돌솥 비빔밥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247


#까칠한한량 #미식에세이 #양평맛집 #장의삼합 #장맛이음식의기본 #돌솥밥 #시골된장 #미식철학


월, 목, 일 연재
이전 06화조미료가 사라진 자리, 자연이 빚은 고집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