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이 곧 길이다. 동촌 전주 돌솥 비빔밥
흔히들 "음식은 장맛이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그 본질을 오롯이 입증하는 곳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양평 용문산 자락에서 마주한 이 식당은
그 오래된 격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밥상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제대로 된 돌솥밥을 내는 집을 찾기란 귀한 일이다.
밥알이 뭉개지지 않으면서도 속까지 투명하게 익어야 하는 그 미묘한 온도 조절.
개인적으로 무교동이나 수유리 정도에서나 기대하던 그 귀한 밥맛을 이곳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쌀이 기막히게 좋았다.
좋은 쌀은 장맛을 온전히 받아내는 완벽한 도화지가 되어준다.
식사를 마치자,
"아이고, 우리 집 밥이 그렇게 입에 잘 맞으시냐"며
사장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셨다.
내 앞에는 이미 비워진 돌솥 두 개와 공기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나를 폭식가로 만든 주범은 내가 이름 붙인 장의 삼합이었다.
첫 숟가락을 적신 양념 간장은 그리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품어,
갓 지은 돌솥 밥에 슥 비비는 것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의 풍미를 소환했다.
두 번째 주인공인 고추장은 비빔밥에 최적화된 맵기와
기분 좋은 달큰함을 갖춰 나물들과의 조화를 주도했다.
여기에 구수하다 못해 진득한 시골 된장의 찌개가 곁들여지니,
맛의 삼중주가 완성됐다.
결국 맛의 성패는 장에서 갈린다.
좋은 쌀로 지은 뜨거운 밥이 장의 깊은 풍미를 일깨우고,
그 장맛이 다시 밥알 하나하나를 코팅하며 감칠맛을 폭발시킨다.
나물얹어 간장만으로도 밥알이 달게 느껴지는 이 경지 앞에서는,
비우기 위해 비빈다는 골동반. 즉 비빔밥이라 했다는 철학조차 무색해진다.
비우기는커녕 이 밥맛을 한 톨이라도 더 채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경악 섞인 감탄을 뒤로하고 나는 비로소 완벽한 한 끼를 마쳤다.
양평의 찬 바람도 잊게 만든 것은 화려한 진미가 아니라,
장맛과 밥맛이 건네는 묵직하고 따뜻한 위로였다.
동촌 전주 돌솥 비빔밥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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